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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Dec 23. 2022

시골 살이 뭐가 그리 좋을까?

양평, 2년 살기

결혼 전 부터 TV프로그램 인생극장 같은 데서 여러 아이들과 부모가 복닥거리며 시골생활하는 것을 보면 부러움이 있었다.


나도 결혼하면 아이 낳고 시골 살이 하는 것이 로망이었기 때문에 첫 째가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인 2020년 9월에 오랜 로망을 실현시켰다. 가계 사정에 맞춰 경기 양평 서종 지역의 깊은 골짜기에 저렴한 월세를 구해 들어가게 됐다. 


시골 살이라는 오랜 꿈의 실현은 너무나 행복했다.

고즈넉한 마을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일상을 보낼 수 있었고 아이들은 스쿨버스 타고 학교 다니는 시골생활이 시작됐다. 비록 살림은 어려웠고 그림 같은 마당을 누리는 근사하거나 호화스러운 모습도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시골살이하고 싶은 오랜 꿈을 이룬 성취감에 행복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한 번 들어가면 움직이기 쉽지 않으니 시골을 고향 삼아 오래도록 살아지리라 기대하며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행복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2년 만인 2022년 8월 아파트가 빼곡한 용인지역으로 이사를 나오게 됐고 고향 삼으려던 양평으로의 이사는 요즘 유행하는 한 달 살기, 1년 살기와 비슷한 2년 살기를 한 샘이 되고 말았다.


도시로 이사 온 지 4개월이 지나고 있는 요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골 살이가 자꾸 생각난다. 그립다. 시골 살이 중 뭐가 그리 좋았는지 추억해 본다.



시골 살며 행복했을 때


산책 길에 동네 어귀를 돌아갈 때 산비탈에서 쏟아지는 차고 신선한 공기를 맞닥뜨릴 때

백색소음처럼 끊임없이 들려오는 물소리, 새소리, 개구리, 풀벌레 소리가 문득 느껴질 때

시내로 일 보러 나갔다가 구비 구비 마을을 지나 우리 마을 길로 접어들 때

긴 드라이브 끝에 마당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려 차갑고 맑은 공기들이마시며 자박자박 자갈 소리 들으며 집으로 들어갈 때

따뜻한 5월 새벽 5시 30분 누가 깨운 것처럼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로 일시에 노래하기 시작할 때

깊은 새벽 수 백이 넘을 듯 한 개구리들이 정신없이 울다가 일시에 울음을 멈추고 정적을 만들 때

커다란 달이 떠서 방안에 달 빛을 가득 채울 때 

옆 집 고양이가 볕 좋고 경치 좋은 우리 집 발코니에 자리 잡고 새끼 낳고 키우는 모습 볼 때

등굣길에 아이들 손 잡고 마을 어귀의 스쿨버스 정류장 까지 조잘대며 걸어 내려갈 때

계절마다 내가 찜 한 동네 나무에서 오디 따먹고 잣, 솔방울 줍고 꽃 사과 따고 솔 눈 꺾어 효소 담아 먹을 때

냇가에서 송사리 떼 구경하고 있으면 커다란 스쿨버스에서 조금 한 내 아이 한 명만 짠~ 하고 내릴 때

스쿨버스에서 내린 아이랑 손 잡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이야기 나누며 마을길을 걸어 집으로 올라갈 때

누군지 몰라도 마을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인사 나눌 때

자연을 좋아하는 남편이 산과 강으로 다니며 취미 활동하고 마음의 여유 찾을 때

시골 혁신학교에서 교육 열망을 불태우는 좋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친구 같이 지내는 모습을 볼 때

아름다운 북한강을 곁에 두고 스쿨버스 시간까지 운동장에 북적북적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때

친구들끼리 자기 집으로 서로를 초대하면서 돈독한 교우활동 하는 모습을 볼 때

학부모가 주축이 되는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봉사하는 멋진 이들이 아이들과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경험 제공 할 때

아이 유년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자연과 친구 같은 선생님 그리고 집밥 나눠 먹는 친구들을 간직할 수 있음을 인식할 때


자연 속에서 자연에 의해 어딘지 모르게 편안해진 다양한 너와 내가 만나고 경험을 만들어 갈 때 행복했다.


그럼, 시골 살이에 어려운 점은 뭐가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

https://brunch.co.kr/@lovingsong/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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