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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Mar 21. 2021

시골 살이 해봐야 아는 것들

아파트 포기하고 시골로 이사했다.

몇 개월 전 양평 깊숙한 곳으로 이사를 왔다. 

양평에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시골에서 살고 싶었던 젊은 날의 로망을 실현한 것이다. 


아이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20분을 달려 어린이집과 학교에 다니고 남편은 해가 지면 가로등 없는 산 길을 라이트에 의존해 구비구비 넘어 퇴근을 한다. 자차가 없는 나는 병원에라도 가려면 두 아이 손을 잡고 시골 버스를 이용해야 했고 아직 시간표를 못 구했을 땐 한 시간씩 기다리려 버스를 타야 했는데 아이는 힘들어서 길에 누워버리기도 했었다. 분명 로망을 실현 했다고 했는데 그 대가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내 결정은 이례적이기는 하다. 또래 친구들은 청약을 계속 도전하거나 대출을 늘려 큰 집으로 옮기며 아이 키울 준비, 가게를 일으킬 준비를 하는데 반해 나는 시골 구석에 월세로 들왔으니 말이다. 지인들은 아이들은 시골에서 키우는 게 좋다며 응원했지만 부모님은 애들 미래도 생각 해야지 시골로 간다며 걱정을 하셨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골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온 가족이 물 좋고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고 학교는 스쿨버스 이용하면 되고 아이들이 커서 세상 살이 헤쳐갈 때 자연에 둘러싸인 유년의 추억을 발판 삼아 넓고 밝은 자신감으로 살아가길 기대하기 때문이었다.


이웃집 고양이의 전망대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희망 찬 바람이 현실이 되는 데는 격차가 좀 있었다.


시골에 집을 짓고 들어오고 싶지만 지역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니 내가 오래 살 터전인지 확신 할 수도 없고 집을 짓는 순간 헌 집이 되어 몇 년 후 자금이 필요해도 아파트처럼 쉽게 팔기 어렵기 때문에 대출을 활용 하기엔 많이 부담스럽다. 운치 생각해서 구옥에 들어가기엔 추위, 벌레, 곰팡이를 감당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적당한 임대로 살려해도 이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런저런 눈치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시골에 처음 진입한다면 임대가 최선일 듯하다.


이밖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몇 개 더 있다. 

- 도시가스와 달리 대부분 석유, LPG, 심야전기 등 비싼 연료를 이용하다 보니 난방비를 두배에서 다섯 배 까지 더 써야 하기도 한다. 

- 편의점과 배달 주문 이용이 불가능한 것 역시 적응 기간이 좀 필요한 부분이다.

- 아이가 학교 마치는 시간과 스쿨버스 운행 시간이 맞지 않아 운동장에서 3시간을 놀아야만 한다. (그래서 입학과 동시에 사교육이 시작됐다.)

- 도시처럼 인도가 잘 되어있지 않아 조금만 걸으려 해도 차도로 걸으며 조마조마해야 한다.

- 남편의 출퇴근 거리가 멀어져 기름값도 많이 나오고 더욱이 휴양지다 보니 금요일 퇴근길은 휴일을 맞은 여행객들과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더더 오래 걸려야 지친 눈동자로 집에 들어온다.


심리적인 것도 현실과 기대가 다르다. 아름다운 풍경은 일상이 되어 그다지 감동스럽거나 행복하지 못했다. 풍경이 아름다워지는 건 계절이 바뀌고 난 후 사진에 남은 지난 계절을 돌이켜 볼 때이다. 시골에 산다고 도시의 가족이 갑자기 오손도손 해 지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갑자기 스마트폰보다 풀벌레 보기를 즐기거나 남편이 휴일에 피로감을 떨치고 가족과의 시간에서 행복을 더 느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와 단절되어 지내는 주부의 생활도 그리 부러움을 살만한 생활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 만나는 것에 대한 흥미를 다 써버린 덕에 나에게는 별 문제 되진 않진 않지만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차 없이 시골 한가운데 자리 잡은 나더러 라푼젤이냐 물을 때 단절된 현실을 실감했다.





살아보기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시골 살이의 어려움과 아파트 청약을 끊고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것이 마음에 좀 걸리지만 그래도 시골 선택에 후회는 없는 걸로 마음먹었다. 평생 시골살이를 로망 하던 내 마음을 충족시키고 아이들에겐 여유로운 고향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시골 이사를 강행한 이유인데 현실적 어려운 점과 맞바꾸어 포기할 수 있는 열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평은 시골이긴 하지만 외지인이 많아 아이들 교육 환경도 그리 나쁘지 않은 점도 좋다. 어차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실제 만남보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지금의 물리적 거리도 적당하게 여겨진다. 도시에서라면 같은 임대료를 내더라도 더 좁은 환경을 감내해야 했을 것을 시골에서는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는 아파트 단지 별로 가계 재정이 극단적으로 노출되지 않아 주소지를 갖는 것 만으로 아이들의 경제적 위치가 정해지는 틀에서 벗어난 것도 좋다.


누군가는 어린아이들 데리고 시골로 이사한 것을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 회피라고 여길지 모른다. 반대로 누군가는 용기 있다 하거나 지혜롭다 할 수도 있다. 


그 누군가는 사실 내 마음속 인격들이기도 하다. 회피도 용기도 모두 맞다. 하지만 선택했고 감당하고 있다. 20년 후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되어 내 품을 벗어날지, 내가 선택한 주소지 덕분에 나는 어떤 사회적 위치를 갖게 될지 약간은 두렵고도 약간은 기대된다.


시골에 살아보지 않고는 몰랐을 일들처럼 아파트를 선택했더라도 지금으로써는 알지 못하는 어려움과 만족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고민을 해결해도 뒤 따르는 결과로 인해 또 다른 고민은 계속된다. 그러니 어떤 선택에 있어 지금 시점에서 딱 잘라 잘했다 못했다 말할 수도 없다. 시골을 선택하건, 도시를 선택하건 사회적 평가를 감내하고 묵묵히 지금을 살아 내일을 만나야 하는 건 모두 마찬가지이다.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내집 장만을 했건 못했건 자기 선택을 믿고 지금의 좋은 점에 감사하며 그렇게 그렇게 너도 나도,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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