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기행 소설 제3화 : 도착! 그리고 빠하르간지
하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지루해지려고 할 쯤에, 비행기는 하강을 시작하여 뉴델리에 도착하려고 하였다. 이제 드디어 인도 땅을 밟는다는 생각을 하니 설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준비도 별로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떠나온 것이 두렵기도 하였다. 그래서 가이드북을 펼쳐 먼저 배낭여행자들이 자주 가는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제일 눈에 들어온 곳은 빠하르간지라는 곳이었는데 여기가 수많은 여행객들이 인도 여행의 출발지로 많이 선택한다고 하였다. 나도 별생각 없이 이곳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생각보다 깔끔해서 놀랐다. 무의식 속 인도라는 곳은 무조건 제3세계 국가로 물소, 카레와 더러운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처음부터 바로 내가 틀렸다는 것을 보니 흥미로웠다. 얼마 전 공항철도 같은 것이 개통되어 열차를 타고 내가 가고자 하는 빠하르간지 근처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로 지체할 것도 없이 바로 공항을 떠났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왜 하필 인도지? 여행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여기서 구하고자 하는 건 도대체 뭘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작은 사업을 하여 돈을 좀 많이 벌고 싶은데 인도 여행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히피들은 여기에 와서 요가와 명상을 배운다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 등등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 창밖에 펼쳐지는 어두운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러다 빠하르간지가 있다는 뉴델리 역에 도착하였다. 한밤중인데도 역내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길바닥에 무리를 지어 앉아있고 지나가는 이방인인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상상하던 인도의 모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자정이 다되는 시간에 가는 길도 잘 몰라서 무서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노숙을 하는 것은 더 아닌 것 같아 지도와 GPS를 켜고 내가 찜해둔 호텔로 빠르게 뛰어가기로 결정했다.
길을 건너 빠하르간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주위로 한 무리의 인도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몰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그다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전속력으로 도망치다 지쳐 멈추어 섰을 때이다. 뭐지? 귀신인가 싶을 정도로 무서웠고 무사히 누군지도 모르는 괴한들로부터 빠져나온 것에 행복감을 느꼈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달리기 2등까지 한 적이 있었는데 실력이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거리는 고요했다. 사람들도 없었고 작은 등불들만이 켜져 있었다. 인도의 거친 환영식에 지쳐버린 나는 얼른 숙소를 찾아 들어갔고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