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발까마귀 Apr 30. 2023

우연인가요? 이상한데... 그래도 우연인가요?

세상을 살다 보면 되게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홍상수 영화 북촌 방향을 보면 영화인들이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한 사람이 자기가 길에서 우연히 네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네 명을 연달아 마주쳤는데 하필이면 그 네 명 모두 영화를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일은 아니지만 너무 이상하고 신비한 일이 아닌가 말하고 또 세상에는 수많은 우연들이 작용을 하고 우리는 그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예전에 인도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고 거기서 우연히 명상과 요가를 접하게 되어 귀국한 후 명상 코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세계적으로 여러 센터들이 있는 곳이라 외국인도 많이 찾는 곳이었습니다. 10일 동안 핸드폰도 못 쓰고 묵언 수행을 하면서 하루종일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지막 날에는 그 신성한 묵언이 해제가 되고 그때부터 모든 참가자들이 수다쟁이로 변신을 합니다. 


그때 호주에서 온 사람과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랑 동갑에 어릴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아 이미 여러 번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마침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는데, 그 친구를 보면서 묘한 부러움과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대만에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 때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저는 문득 오랜만에 명상을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시끄럽고 어수선한 도시생활에 약간은 지쳐있었고 약간은 멀리 떨어져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만한 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별 다른 망설임 없이 그나마 가까운 명상센터로 향하였습니다. 타이베이에서 벗어나니 건물들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산과 개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자연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항상 드는 느낌이 왜 더 자주 올 수 있는데 안 오는 것일까요…? 게을러서 아니면 바쁜 일상에 치여서 일까요. 
 
아무튼 명상센터에 도착해서 등록을 했습니다. 시설이 조금 낙후되어 있어서 도시에 길들여진 저는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짐을 풀고 습기가 가득 찬 방에서 나와 정원 비슷한 곳으로 가려는데 반대편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게 보였습니다. 저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가 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네. 바로 예전에 한국에서 만났던 그 친구였습니다. 우리 둘 다 놀랐고 반가웠습니다. 북촌방향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이거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는 동갑의 나이에 저는 한국 사람 그 친구는 호주 사람이지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추구하고 한국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또 시간이 지난 후, 대만에서 이렇게 또 마주친 것입니다. 


10일 동안의 묵언 수행이 끝나고 우리는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희는 연락은 하지 않았고, 아직까지 다시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우연한 만남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 뜻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기이한 일들을 종종 마주치곤 합니다. 그렇게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삶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예측가능하게 만들어서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똑같고 무미건조해 보이기 쉽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갔다 학원에 가고 숙제하다 잠이 듭니다. 어른들은 일어나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쉬다 잡니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이런 신비를 겪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의 싸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더욱더 주의를 기울이고 세심히 관찰하다 보면, 어쩌면 삶은 더욱더 신비한 일들로 가득 차게 되지는 않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