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 양희은
이번 여름휴가 때 한계령을 지나쳤다. 속초에서 출발해서 하추 계곡으로 가는데 삼거리에서 길을 놓쳐 한계령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한계령을 가기로 한 것은 아니지만 꼬불꼬불 길이 얼마나 험한지 멀미가 나기 직전이었다. 한계에 다다를 때 즈음 한계령에서 차를 돌려서 하추 계곡으로 내려갔다.
사실 한계령의 한계는 limit가 아니고 cold stream이라고 한다. 그래도 한계령을 가본 사람은 누구나 limit를 떠올릴 것이다. 더 이상 가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한계령이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거기가 사실 정상이 아니고 등산로로 좀 더 걸어 올라가야 한계령 진짜 정상이라고 한다.
요즘 운동 루틴은 30분에서 35분 정도 달리고 30분 걷는 것이다. 처음에는 30분 달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유산소 운동 30분부터 비로소 지방이 탄다고 하니 30분을 뛰지 않으면 사실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 생각으로 30분을 채운다.
30분을 뛰면 애매한 거리가 나온다. 4.5km 정도가 되는데 5km에 조그 못 미친다. 30분만 뛰어야지 했다가 아까운데 5km를 채우자는 마음이 든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더 뛰어진다. 더 못 뛸 것 같았는데.
요즘 좋아하는 배우는 단연코 박은빈이다. 덕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박은빈 배우는 연기력뿐만 아니라 본체가 정말 본받을만한 사람이다. 배우의 명언은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해 내야죠"이다. 이 마음으로 배우는 6개월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면서 음대 전공생을 캐릭터로 직접 살려냈고, 어마어마한 양의 자폐인 변호사 대사량을 소화했다.
한계령을 넘는 것도 마찬가지. 어쩌겠어, 넘어야지.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어차피 올라온 것 넘어야지.
한계령과 달리기. 의식의 흐름은 달리기 노래로 마무리된다. 할 수 없지. 이미 시작해버린 것을.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1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 걸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