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서 달력의 저 빨간 지점이 어디로 움직였는지 알아보는 motion estimation 분야가 있다. 이 분야 세미나를 하면서 인생에 비유할만한 발견을 했다.
보통 어디로 움직였는지 에러가 최소화되는 global minima를 찾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에러가 들쭉날쭉해서 어디가 확실히 최저점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다.
다 고만고만하지 않나... 가장 작은 걸 한 번에 찾으면 되지만 중간에 탐색하다가 local minima에 빠지기 딱 좋다.
이 부분은 평탄영역에서 에러 서피스를 측정해 본 것이다.
평탄영역. 그냥 모양도 패턴도 없는 평범함. 어디로 움직이는지 찾기도 힘들다. 종종 잘못 예측되거나 섣불리 판단된다. 그런데 괜찮다. 평범함의 정답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맞춘다 해도 혹은 틀린다 해도 영향도 별로 없다.
디폴트 값으로 세상 모든 것은 내가 처리할 수 있고 구분할 수 있고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는 걸 넣고 있었는지 모른다. 막상 해보면 비슷비슷하고 모호하며 구분하기 어려운 명확하거나 뾰족하지 않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거기서 좌절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졌던 나날들.
그런데. 괜찮다. 괜찮았다. 오류를 내도, local minima에 안주해도 괜찮았다. 잘못된 추정을 해도 평범함은 실수를 가려주었다.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
사는 게 안개 낀 것 마냥 모호해서 불안할 때, 너무 걱정말자. 도찐개찐이라 모호한 걸 테니. 뾰족한 글로벌 미니마는 놓칠 리 없을 테니 지금 놓쳐버렸을지 모르는 것들은 사실 그냥 도찐개찐 로컬미니마라고 위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