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는 20세기 초 프랑스, 가상의 도시 앙뉘 쉬르 블라제를 배경으로 합니다. 블라제에서 발행되는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는 미국에서 온 편집장이 창간한 잡지로, 이 도시의 다양한 예술, 정치, 문화 이야기 등을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편집장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되죠. 그의 유언에 따라 '프렌치 디스패치'는 폐간을 앞두고 있고, 이제 마지막 호만을 남겨둔 상황입니다. 그동안 잡지를 지탱해 온 저널리스트들은 각자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를 꺼내며, 하나의 책처럼 엮인 마지막 호를 만들어갑니다.
각각의 기사들이 챕터별 주제가 되는 옴니버스 영화인데요.
웨스 앤더슨 감독만의 유니크한 색감, 화면 구성으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처음엔 줄거리를 따라 가기 버겁지만 각기 다른 시대와 인물을 다루는 이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서는 분명합니다.
바로 그 시대, 그 장면 속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해내는 저널리스트들의 시선입니다.
*수감된 화가와 그의 뮤즈, 그리고 작품을 둘러싼 예술계의 욕망
*68혁명 속 젊은이들의 사랑과 좌절
*편견 때문에 외로운 두 남자 이야기
*요리사이자 경호원이 된 인물읜 인간적인 선택
이 기사들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지 않습니다.
저널리스트들은 그 시대 안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편집합니다.
“이야기를 말하는 기자의 장면은 칼라, 그들이 회상하는 장면은 흑백.”
현실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죠. 추하고 더럽고 어두운 면들이 늘 혼재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을 '기록하고, 묘사하고, 글로 남기는' 저널리스트들의 손을 거치면, 세상은 어느새 색을 입습니다.
결국 아름다운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묘사입니다.
그리고 그 묘사를 하는 이는, 이 영화에서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아름다워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여러분은 어떤 글을 쓰고 있나요?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러분은 어떤 색을 발견하나요?
현실이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장면은
누군가에게 오래 남을 한 편의 글, 또는 하나의 색이 됩니다.
제가 남긴 이 리뷰도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한 점을 물들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