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한파가 찾아와서 거의 집에서 은둔하고 있는데요.
자녀들과 함께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을 소개해 드릴게요.
이 나이에 무슨 애니메이션? 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요술공주 밍키>, <달의 요정 세일러문>을 보며 자란 세대.
<너의 이름은>을 보고 가슴 뛸 수 있는 우리.
40대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니
저를 한 번 믿어보세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의 아이로 태어난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 추천받았을 때는 내가 볼 수준이 맞나?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어요.
하지만 단순히 아이돌 이야기, 유치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 아니예요.
표면적으로는 아이돌 산업을 배경으로 하지만, 복수, 사랑, 인간 관계,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인간의 심리를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스릴도, 달콤함도, 감동도 모두 느낄 수 있는 <최애의 아이> 라
얼마전 10대부터 60대까지 선재앓이를 하게 만든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향기도 얼핏 나는 것 같아요.
2023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24년 10월에 2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인기 아이돌 ‘호시노 아이’의 광팬이자 시골 산부인과 의사 ‘아마미야 고로’입니다.
우연히 고로는 자신의 ‘최애’ 아이돌인 호시노 아이의 출산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고로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호시노 아이의 쌍둥이 아들 ‘아쿠아’로 환생합니다.
쌍둥이 딸 ‘루비’도 태어나는데, 이 둘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호시노 아이와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호시노 아이는 괴한의 습격으로 살해당하고 말죠.
아쿠아는 어머니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범인을 찾기 위해 배우가 됩니다.
호시노 아이의 과거와 연관 된 사람들과도 점점 얽히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갑니다.
루비는 어머니처럼 톱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돌 그룹 ‘B-Komachi’를 재결성합니다.
멤버 카나,MEM쵸와 함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지요.
2기에서는 '도쿄 블레이드'라는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에 캐스팅 된 아쿠아와 여러 배우들이 무대를 준비하며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는 성장통이 중점적으로 그려집니다.
제가 연극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하나의 공연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들이 남일같지 않아 몰입할 수 있었고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캐릭터들의 고민이 40대인 우리의 고민과도 맞닿아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습니다.
발연기 전문, 일본에서는 大根 役者 (무 배우)라고 불리는 메루토가 등장합니다.
훌륭한 외모에 목소리도 뛰어나지만 연기는 형편이 없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잘생긴 외모 덕분에 매사가 편했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뭐든 적당히 해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해줬지만 연기는 달랐어요.
'오늘달콤'이라는 드라마 출연으로 혹평을 받은 메루토는 자신의 연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앞서가는 배우들을 따라잡기가 여간 힘이 드는게 아닙니다.
기본기도 없이 세간의 주목을 끄는 대형 무대 위에서 엉망진창인 자신의 연기를 보이는 것도, 공연에 피해를 입힐지 모른다는 생각도 그를 무겁게 누르고 있습니다.
이 때 아쿠아의 충고는 허를 찌릅니다.
한편 카나는 어린 시절 천재 아역으로 주목 받던 아이돌 배우입니다.
자라면서 점차 일이 줄어들자 돈이 되는 노래를 하기 시작하고 인기가 많았던 과거의 자신만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스스로 현재의 자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다른 인기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카나 자신은 한 발 물러서며 별을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타협하지만 카나는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주목받을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요.
그렇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저는 지금도 경쟁을 하고 있고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않으려고 애를 쓸 때가 많습니다.
완벽해 보이고 싶은데, 골고루 채워지지 않는 육각형이 미워보입니다.
조화와 배려라는 말로 개성을 죽이고 세상의 틀에 끼워 맞출 때도 있어요.
필요한 사람이 되지못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는 모두 삐죽빼죽 모난 도형같아요.
오각형, 육각형이라는 세상이 내린 정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자의 이름을 가진 도형인거죠.
똑같은게 하나도 없으니 생긴대로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남과 비교하며 나를 미워하기보다 도드라진 부분을 깎아내고 좁은 틀에 가두기보다
뾰족함을 더 살리고 확장시켜 나가면 더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예술 작품이, 아름다운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메루토는 자신의 장점을 찾아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한 장면만을 위해 연구하고 연습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기대하지않던 자신의 장면에 지금까지 노력한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메루토의 미흡했던 연기가 다 잊혀질만큼 관객들은 열광했습니다.
카나는 라이벌인 아카네의 도발로 진검승부 연기대결을 펼칩니다.
배려라는 단어 뒤에 숨지않고 다 잡아먹어버릴 듯한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희열을 느끼죠.
자신의 최선을 선보일 때, 모두가 주인공일 때 무대는 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애니메이션에서 뜨겁게 보여줍니다.
"도쿄 블레이드"는 그렇게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되고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은 넷플릭스 <최애의 아이>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 번쯤 새로운 시각으로 애니메이션을 감상해 보는 것도 나쁘지않죠?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으로, 깊은 감동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삶이라는 무대에 스스로 찬사를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