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의 포스터를 보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이 이 포스터의 배경이 됩니다.
수많은 별과 가로등이 영화의 두 주인공, 배우 지망생 미아와 무명의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을 비추고 있습니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앙 그녀와 하얀 와이셔츠 차림의 그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그들의 꿈을 펼치듯 두 팔을 활짝 뻗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발 아래 도시의 불빛이 빛나지만 세상과 떨어져 오직 둘만 있다는 듯
춤을 추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실 것 같아요.
2016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이 있었지만 커리어로 성공했고 행복한 가정까진 이룬 여성 미아는 우연히 옛사랑을 만납니다.
다시 만난 그 역시 구차한 현실을 사는게 아닌 둘이 함께 이야기하고 응원했던 꿈을 이루었고, 게다가 그 성공에는 나의 흔적이 고스란이 남아있습니다.
잠시 우리가 그 때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 보지만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던 건
부족하지 않은 사랑을 했었기에 미련은 없기 때문입니다.
축복의 눈빛을 주고 받으며 돌아서는 미아와 다르게 먹먹한 가슴으로 극장을 나오며
'결혼 한 여성들의 로망을 이뤄주는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7년만에 다시 라라랜드를 봤습니다.
저는 40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꿈이 생겼고 아직 그 꿈을 쫓아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아가 오롯이 혼자 준비한 무대에 섰지만 거의 비어있는 관객석과 들려오는 혹평에 좌절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세바스찬의 도움으로 다시 오디션을 보는 장면.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하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미아 노래)
고모는 말했죠
"살짝 미치는게 비결이야
새로운 색깔을 볼 수 있게 하는,
그게 우릴 어디로 이끌진 모르지만
그게 우리같은 이들이 필요한 이유란다
그러니 반란군을 불러와
조약돌이 일으키는 물결들을
화가와 시인과 광대들까지
꿈꾸는 바보들을 위하여
정신나간 것처럼 보일지라도
부서져버린 마음들을 위하여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위하여
(노래 끝)
꿈을 쫓는 우리에게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게 돈이 되니? 가족들 생각은 안해? 다른 걸 해 보는게 어때?"
하지만 우리에겐 그들이 보지 못하는 가치가 보이고 새로운 세계가 보여 멈출 수가 없지요.
먼저 가서 그들을 안내하는게 우리의 필요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꿈꾸는 바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꿈꾸는 이들을 표현하는 색이 보라색입니다.
미아가 입은 하늘색 스웨터가 오디션을 볼때는 조명이 바뀌며 보라색으로 보이는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20대 때는 초록 계통의 옷도 많았었지요.
“네가 분명히 일본에 있는거 아는데,초록색 옷 입은 사람만 보면 돌아보게 돼”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나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 있다는게 내심 좋았습니다.
30대에 아이를 키우면서 어두운 색의 옷을 많이 입었어요.
아이가 입이나 손에 음식을 묻힌 채 엄마에게 파고 들어 얼룩이 묻어도 티가 덜 나는 것으로 말이죠.
그 때 로망이 다이어트를 해서 쨍한 초록색 원피스를 입는 거였는데 40대가 되어서도 그 소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이어트의 여부를 떠나서 제가 꿈을 이룬 그 순간이 온다면 저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싶습니다.
성공이란 기준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제 되었다' 라고 내가 느끼는 그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1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내일 당장이 될 수도 있겠지요.
꿈을 이뤘다고 선택한 저를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있을 저를
발견해 주시겠어요?
저도 당신의 색을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