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에게 플라시보를 처방한다.

좋아질 거야

by 최다온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약이나 실제 치료효과가 없는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좋아졌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증상이 완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으면 몸이나 마음이 좋아지는 현상이다.


매일 같은 상황을 살면서 어떤 사람은 늘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잘될 거야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하루를 보낸다.


생각해 본다.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내 아이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말을 건네며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6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서 씻고 아이들을 깨운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욕실이 붐비는 날이다. 대학교 4학년인 첫째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집에 욕실은 두 개지만, 한 곳에서 물을 사용하면 다른 한 곳은 조금 약하게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한 곳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제일 먼저 내가 씻고, 첫째 딸을 깨운다. 다 씻고 나오면 셋째가 씻으러 들어가고, 화장을 하면서 막둥이를 깨운다. 바쁜데 그 녀석은 늘 한가하다. 사실 아침마다 기운이 딸린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늦둥이를 학교에 보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 텔레비전을 켜고 쳐다보느라 옷도 바로 안 갈아입고, 양치세수도 더디다.

몇 번을 이야기 해야 한다. 아침밥을 매일 먹고 가야 하는 녀석이라 간단히 준비를 한다. 옷 갈아입고 양치세수를 마치고 나면 또 아침식사를 하는데도 느긋하다.


8시 15분에는 출발해서 함께 나가야 하는데, 오늘도 주차장에 가서 출발하는 시간이 25분이었다. 아침마다 나 혼자 전쟁인 것 같다. 아이는 느긋한데, 내 속에서만 전쟁이 난다. 울그락 불그락, 자꾸 싫은 소리가 나오려고 하는데, 아침부터 그러면 서로 마음이 좋지 않으니까 참다 보니 내 속만 전쟁이다.


빨리 좀 하자. 늦었다. 진짜 말 안 듣는다. 해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다. 학교 앞에 내려주고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40분, 9시까지 출근인데 사실 30분까지 오고 싶은데 거의 40분쯤 도착한다.

커피를 한잔 내리고 책상에 앉으면 그때부터 마음의 전쟁이 끝나고 평안하다.


오늘도 잘 참았다. 그렇게 집에서의 일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잘될 거야, 좋아질 거야, 지나가겠지.

아무 근거도 없고, 누가 보면 그저 나를 달래는 말일 뿐일지라도 나에게 건네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에게 처방을 내린다.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말 한마디를 건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일으켜 세운다. 그 말이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괜찮다.

그 말 하나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스스로 얻으니까.


오늘도,

나는 나에게 플라시보를 처방한다.


"오늘도 잘했어."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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