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것이 책임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일

by 최다온

영화를 봤다. 오늘이 개봉일이었다. 영화 제목은 <내 이름은> 염혜란 주연의 영화이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통해서 염혜란 배우를 좋아하게 되었고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서 반하게 되었다. 미리 개봉첫날 예매를 해두고 보고 왔다.


잊힌 역사, 혹은 누구는 잘 모르는 역사 속의 한 사건, 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을 전후로 제주도에서 있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해방 이후 혼란 속에서 이념 갈등이 깊어지던 시기, 무방 봉기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단순 진압이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까지 대규모로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비극적이다. 마을 단위로 학살을 당하고, 이유 없이 '빨갱이'로 몰려 처형을 당한다. 어린아이와 노인까지 약 3만 명 정도가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군사정권 시절엔 언급 자체가 금기되고 피해자들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념적 갈등이 얼마나 큰 비극을 만드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그저 가족을 지키며 평범한 하루를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영화 <내 이름은>에서 염혜란은 목숨을 건진대신 최정순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키우고 있는 아들은 딸이 낳은 손자인데 아들로 키우며 살아가고 있고, 그 아들의 이름은 이영옥이다. 영화에 대한 스포가 될 수 있겠지만, 바로 그 이름이 염혜란배우의 진짜 이름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오지 못한 세월, 기억하고 싶지 않고 떠오르지 않던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나고 떠오른다. 그 순간의 내면 연기에 정말 몰입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철절하게 과거를 지우고 자신의 진짜 이름마저 숨겨야 했던 정순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지를 배우는 춤사위를 통해 표현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청보리밭에서의 섬세한 표정과 살풀이 춤사위가 그날의 아픔을 꺼내놓는다. 그 먹먹한 마음에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아들은 그 이름을 버리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그 이름을 끝까지 지키려고 한다. 거기서 시작된 영화가 흥미로웠다. 자식을 향한 모성과 역사의 증인이 되려는 한 여인의 일생을 연기하는 배우의 힘이 너무 강했다.


특히 이 영화는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제작비 마련에 참여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영화가 끝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이 올라간다. 그래서일까 진정성이 더 깊이 있게 와닿았다.


그때의 그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우리는 그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역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을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천만관객을 넘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만큼이나 큰 울림을 남긴 영화다.

기억하고 싶다. 그녀의 춤사위를, 또 한 편의 좋은 영화가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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