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임시보호를 받는 존재일 뿐
피곤해서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다. 고3인 아들이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6시부터 시작하는 요리학원 수업에 가려면 나가야 할 시간인데 누워있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 안 가냐고 물었다. 곧 갈 거라고 했다.
6시 수업에 도착하려면 나가서 버스를 타야 할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그대로 누워있다.
다시 가서 물었다. 안 가냐고. 7시에 도착하게 간다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조금 피곤하다고 한다.
그래도 되냐고 묻자, 아들은 6시 필기공부시간은 빠지고 7시부터 하는 실기시간만 참여한다는 것이다.
참으려고 했는데 참지 못했다. 화. 목 학원 가는 거 말고는 공부도 안 하면서 핸드폰 보느라 늦게 자고 그러니까 피곤하지. 이론은 자신 있다는 거야 뭐야. 왜 안 간다고 하는 거야. 이론 수업비가 15만 원 추가돼서 학원비를 내는 건데, 제대로 할 거면 하고 처음부터 아니면 시작하지 말지 그랬냐며, 아이가 듣기 싫은 말을 쏟아냈다.
그리곤 샤워를 하고 침대에 와서 누웠다.
고3이 되고 아들은 공부대신 요리학원을 선택했다. 중학교 때는 그래도 공부를 좀 하더니 점점 공부에 대해 놓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공부를 해라 해라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찾기 바랐고, 늘 응원해 왔다. 하고 싶은 게 요리라고 해서 요리학원을 보내기 시작한 지 이제 한 달도 채 안되는데, 오늘 아이의 태도에 나도 모르게 그냥 화가 났다.
시간이 되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가 내 방으로 온다.
"엄마 갔다 올게.." 말끝에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곤 흐느끼며 말을 이어간다.
"근데 엄마 그냥 나한테 힘내라고 해주면 안 돼.."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그냥 내가 요즘 좀 우울해."라고 답한다.
갑자기 화난 마음이 걱정의 마음으로 돌아선다.
"뭔데 우는 이유가 뭐고 우울한 이유가 뭔데 엄마한테 말을 해야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아이는 다녀오겠다며 나갔다.
카톡을 보냈다. 엄마 걱정시키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아이는 그저 "어"라고만 답했다.
고3,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까? 아님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걸까? 아들을 학원에 보내놓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듣기 싫은 말을 한 타당한 이유는 충분했지만, 그래도 무슨 일 있는 건지?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내 기준의 생각으로 아이를 다그친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무슨 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답답해서 본인도 그랬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올 시간에 내게 와서 "엄마, 갔다 왔어. 만들어 온 거 먹어 볼 거야?"라고 아무 일도 없는 듯 말을 건넨다.
요리 실습으로 매일 한두 가지씩 만들어 오는데, 오늘은 비빔밥을 만들어 왔다.
요리하는 남자 멋지다고 열심히 해보라고 해두고,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의 행동에 아이한테 심하게 말한 거 같아서 미안했다.
너도 어쩌면 내가 잠시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는데, 보호하는 동안 제대로 보호해주고 너의 길을 갈 때 멋지게 보내주는 엄마가 돼야 하는데, 자꾸 엄마 만족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는 내게 와서 멋진 어른으로 독립할 때까지 내가 임시보호 해주는 대상일 뿐임을 잊지 말자고 다시 마음에 새겨놓았다. 바로 묻고 싶지만 오늘은 참고, 며칠 후에 그때 어떤 이유로 서럽게 눈물까지 쏟았는지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