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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Feb 08. 2022

친구야 잘 지내지?

셋째를 같이 낳았어요.

샘이 많은 친구였다. 내 기억 속에 그 친구는.

중학교 때 내가 다른 친구랑 친하게 지내면 나하고 한 일주일씩 말을 안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 감정 에너지를 많이 빠지게 했던 친구다. 그래도 우린 좋은 친구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릴 적 친구인데 사는 곳을 대전으로 정해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나도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부터 우리는 다시 연락을 하고 지냈다. 어릴 적 그때보다는 많이 성숙해져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면서 나는 충남 아산으로 와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의 직장이 그쪽이었다. 

그 후로도 가끔씩 연락을 하면서 지냈다. 대전에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결혼 전보다는 자주 연락하고 지내기는 어려웠었다.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아들 둘 낳고 셋 재를 임신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때 나도 셋째를 임신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예정일도 비슷했다. 세상에 기막힌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친정집이 대전이어서 출산은 대전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하고 조리원도 그쪽에서 했다. 

비슷한 예정일이었는데 내가 유도분만을 하면서 우리는 같은 날에 셋째를 낳았고, 같은 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혼자 있는 것보다 친구가 같은 산후조리원에 있으니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서로의 셋째를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2주간을 같이 보냈다. 


산후조리가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같은 날 셋째를 낳았으니, 우리에게 의미는 컸다. 

서로 잘 크는지 어떻게 육아하고 있는지 안부를 물으며 지냈다. 


백일 정도 지나면 일터에 복귀할 거라는 내 이야기를 듣고 정색했다. 말이 된다며 

사실 그렇게 말하는 친구보다 고민을 더 많이 한건 나였다. 팀장으로 승급을 하고 만삭에 팀장 교육을 다녀왔고 나는 셋째 출산 후에 일을 계속하려고 마음먹었었다. 백일쯤 돼서 아이를 가정보육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시 일할 마음을 먹었다는 내 말에 너무도 심하게 너 미쳤다며,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며,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해서 그렇게 까지 하냐며 내게 모진 말을 막 던졌다. 


돈이 문제가 아니고 나는 첫째, 둘째를 낳아 육아하는 과정에서도 일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육아만 하면서 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하지 않고 육아만 해야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먼저 행복하고 싶었다. 이기적인 엄마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해를 시키려고 해도 친구는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계속 말했다. 남편이 벌잖아. 무엇 때문에 그래야 되는 건데. 라며 나를 혼내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생각이 너무 달라서 더 이상의 대화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걸 판단했다. 


"야. 네가 잘 키우나 내가 잘 키우나 한번 해보자. 잘살아라! " 유치하게 내가 친구에게 내뱉은 그 말로 

우리는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말이다. 셋째 아이가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친구의 아이도 그렇겠지. 다시 연락하고 지내야 하나 라는 미련 같은 건 없다. 


나는 워킹맘이길 원했고 그 친구는 현모양처이길 원했을 뿐이다. 

난 워킹맘으로 우리 아이들 잘 키우고 있어. 너도 현모양처로 아이들 잘 키우고 있지? 

너도 나도 우리 아이들 잘 키우면서 열심히 살아가자. 친구야 잘 지내고 있지? 


사람은 모두 다르다.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걸 내 환경에 맞게 생각하고 결정하며 살아가면 된다. 

각자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친구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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