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육아
루소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가장 많이 산 사람은 장수한 사람이 아니라, 삶을 가장 많이 느낀 사람이다.라고
지상에 늘 소풍 온 것처럼 살다가 돌아가는 날 다 버려도 편안할 수 있게 온 감각으로 삶을 맛보는 거다.
가끔씩 눈을 감고 떠올리는 옛 기억들. 너무 사무치게 그리운 그 어떤 시절도 기억도 모두 추억이 되어버리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오늘을 느끼고 내일은 내일을 느끼는 거다.
겨울의 바람 속에서 손끝으로 코 끝으로 봄을 조금 느낄 수 있었던 오늘.
어떤 시인처럼 나도 작은 것에 감동하고 일이든 사랑이든 치열하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매일 느끼고 싶다.
마흔일곱의 두 부부 늦둥이 다섯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걸음걸이 하나도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와 손짓 하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 우리의 대화는 봄빛처럼 설렌다.
"우와 엄마 날씨가 너무 좋아." 집을 나서며 아가 입에서 터져 나온 말에 나는 설렌다.
"그렇지? 현우 기분도 날씨처럼 좋아?"
"응! 엄마도 좋지?"
"그렇지 너무 좋지. 엄마 손" 내민 나이 손 안으로 아이의 손이 들어온다.
아직 겨울이지만 봄이 온 것처럼 우린 따뜻하다.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이곳저곳을 탐색하는 아이. 조금 힘들지만 목적지까지 잘 가야 한다.
매일 바쁘게 일하느라 가끔 늦는 날이면 집에 있는 누군가가 동생을 하원 시키고 놀아준다.
오늘은 큰맘 먹고 엄마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나섰다. 큰 아이들에게 휴식을 주고 충전하는 날로 말이다.
늦둥이 동생이 태어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모두 환영이었다. 환영한 것만큼 쉽고 즐겁지만은 않은 이 육아의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할 때 역할과 책임도 스스로 해나감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배웠다.
다섯 살이 된 현우를 데리고 큰 키즈카페를 처음 가봤다. 현우는 너무 신이 났고 엄마 아빠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힘들었다. 역할놀이도 같이 해주며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도 되어보고 음료수 가게 사장님도 되어보고 마트에서 수박도 사보고, 경찰 아저씨가 되어 도둑도 잡아보고, 소방관이 되어 불도 꺼보고, 키즈카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아이에게 집중했다.
"이런 집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 집에 가기 싫다" 하며 계속 조금 더 조금 더 그렇게 세 시간 넘게 아이와 놀아준 우리는 녹초가 되었다. 간신히 설득해서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는 길.
노을이지는 하늘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남편과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왔다.
마흔일곱의 부부는 산 낙지와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피로마저도 행복이 묻어있다.
수고했습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