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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Feb 04. 2022

졸업식. 엄마랑 가고 싶었어요.

그날 이후 

"어머니 오늘 혜원이가 학원에 와서 펑펑 울고 갔어요. 제가 안아주고 달래줬는데, 어머님이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졸업식 시즌이 되면  생각나는 그날. 2011년 1월 첫째 딸 유치원 졸업식날.


나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온몸에 불이 나고 있었다. 하는 일이 재미있었고, 아이로 인해 중요한 일정을 해내지 못하는 것이 싫었다. 일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고 싶었다. 그날도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 다행히 남편이 아이 졸업식에 참석이 가능했다. 8살이 되는 아이. 유치원 졸업식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철없는 엄마. 그때 나는 그랬다. 그때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설명했다. 엄마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오늘 졸업식에 아빠가 갈 거야. 끝나고 아빠랑 맛있는 짜장면도 먹고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인사도 잘 나누고 잘하고 와. 아이는 끄덕였다. 분명 이해한 것 같았고 오히려 걱정하는 나에게 잘하고 올 테니 안심하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의젓하게 잘 컸다고 나는 믿었었다. 

마치고 남편과 통화했을 때까지만 해도 잘하고 짜장면도 잘 먹고 와서 피아노 학원에 갔다고 했다. 


선생님이 전화로 해주신 말씀은 엄마 아빠의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에게 선생님께서 혜원이 졸업식 잘하고 왔어?라고 묻자마자 아이는 원장님에게 안겨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우는 동안 안아주고 진정시켜서 무슨 일인지 아이의 마음을 물어보셨다고 했다. 


" 졸업식. 엄마랑 가고 싶었어요" 서러움을 삼키지 못한 채 계속 울면서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하루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침에 내게 밝게 이야기하고 아빠랑 졸업식 간다고 했던 그 마음 뒤에 무엇이 있었을까?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난 그저 내 기준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의 마음을 해석했던 거였다. 잘할 수 있지? 그렇지?라는 말로 아이에게 그 답을 원했는지 모른다. 


8살, 아직 엄마가 더 편하고 좋은 나이 아니 어쩜 딸에게 엄마란 더욱더 그럴 것인데, 좀 더 알아차리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미숙한 엄마였던 것이다. 

피아노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이를 꼭 안아줬다. 오늘 참 잘했다고 고맙다고 말하며, 후회는 하지 않는다. 모든 게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하나씩 알아가는 엄마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더불어 아이와 진하게 소통하며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후로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엔 다른 일정을 비우로 아이와 함께 했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딸아이와 오늘도 마라탕을 함께 먹었다. 엄마 나 그날이 돼 오나 봐 매운 거 먹고 싶어. 콜! 먹자! 


많이 자랐다. 맏이로 태어나서 늘 든든해 보이려고 하는 첫째, 이제는 내가 그 마음을 더 알아주려고 애쓴다.

고등학교 졸업식날도 함께 해줄게. 사랑한다 큰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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