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비가 오면 비 온다. 눈이 오면 눈 온다. 춥다. 딸 컨디션은 어떠냐. 가끔은 귀찮을 정도로 챙기신다.
유독 추웠던 그날. 날이 춥다며 전화하셔서 김장김치 맛있게 먹고 있냐고 물으신다.
"두부 한모 사다가 뜨끈하게 하고 김장김치 썰어서 막걸리 한잔 대접햐."
맞다. 올해 김장이 유독 더 맛있게 되었다.
아빠는 늘 내가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사랑받기를 바라신다.
첫째 아이 딸을 낳았을 때 은근히 걱정하셨었다. 아들을 낳아줘야 하는데..라고 하시면서, 아들이 없이 딸만 셋인 아빠는 사위들에게 잘하신다. 처음에 남편을 소개했을 땐 썩 맘에 들어하지 않으셨다. 그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 일 것이다. 잘난것 없는 딸이어도 누군가에게도 아까운 딸이라는 거. 지금은 아들처럼 사위들도 잘 챙기신다.
여보 아빠가 두부 한모 사다가 자기 막걸리 대접해 주라고 하시네.. 말해놓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아빠가 사진을 보내셨다. 아빠처럼 해주라고 두부랑 막걸리 드시는 사진이었다. 내가 안 해준걸 아신 모양이었다.
마침 휴일이었다.
남편에게 두부랑 막걸리 먹어야 할 것 같아.라고 하며 산책 다녀오는 길에 두부랑 막걸리 사 오자 하고 집을 나섰다. 카페에 갔다가 산책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두부를 사 와서 해줄 생각이었는데. 카페에 있는 동안 남편은 두부김치 맛집을 검색했다. 집에 가면 시끄럽고 정신없고 너 귀찮은데, 둘이 분위기 좋은 맛집에 가서 먹자고 한다.
그렇게 찾아간 분위기 맛집에서 두부김치와 막걸리 인증샷을 친정 가족 톡방에 올렸다. 아빠는 엄지 척을 날려주셨다. 그리고 남편과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었다.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 가끔 아빠가 그리운 날엔 남편은 대전 가서 아버지랑 술 한잔 해야겠다. 하고 우리 집으로 향한다.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잘 아는 건가. 아빠는 내게 자주 이야기하신다. 남자가 밖에서 일하다가 들어왔을 때 아내가 해준 뜨근한 한상이면 몸도 마음도 풀린다고.
두부 한모의 담백한 맛과 막걸리의 달콤함을 사위에게 전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사랑이다. 김장김치처럼 일 년 내내 묵혀두고 먹어도 맛있는 사랑.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 부부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