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보다 마음의 기한

다름을 이해하자

by 최다온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싸게 판다. 남편은 그런 제품을 잘 사 온다. 유통기한은 소비기한이 아니라며 괜찮다고 한다. 나는 사 오지 말라고 한다.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걸 산다. 세일이 안되더라도 그게 불안하지 않다. 얼마 남지 않은 걸 싸게 사서 못 먹고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나는 날짜부터 확인한다. 하루라도 지난 걸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버리는 쪽이다.


그런 나를 보면서 남편을 짜증을 낸다. 버리지 말고 두라고 자기가 먹는다고, 늘 말한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이상하게도 나는 괜찮지가 않다.

자꾸 이 문제로 우리는 가끔 다툰다.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사실은, 그렇게 까지 다툴 일도 아닌데 말이다. 남편은 실제로 유통기한이 며칠 지난 음식을 먹고도 탈이 난적은 없다. 그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왜일까, 가만히 생각해 봤다.

아마도 나는 '혹시라도'라는 가능성에 대해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보다, 혹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쪽이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날짜를 기준으로 안심하고 싶고, 그 선을 넘는 순간 마음까지 불안해지는 것이다.

남편은 '경험'을 믿고, 나는 '기준'을 믿는다.

어쩌면 우리는 음식의 상태를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선뜻 먹지 못한다. 아마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 역시 그 방식대로 괜찮음을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려 한다.

내 기준으로 먹지 말라 하고, 버리고, 그러지는 말자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있은 것을 인정하자고, 굳이 그것으로 싸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니 그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말이다.


그 대신,

서로의 방식을 조금 이해해 보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보다, 괜한 감정이 상하는 것이 더 아까운 일이고 낭비니까


우리 마음의 기한이 지나도 않도록 유통기한에 너무 집중하지 말자


유통기한은 그저 정해진 기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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