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도 기다려주자
어릴 적에 편식이 심한 아이였다. 어릴 땐 누구나 먹기 싫어하는 거 한두 가지 있지 않았을까?
특히나 싫어했던 음식은 가지, 두부, 버섯이었다. 또 순대 같은 냄새나는 음식은 피했다.
두부는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몸에 좋아도 입맛에 맛이 없다는 느낌을 바꾸기가 힘들었다.
흐물거리는 식감과 낯선 향이 나는 음식은 괜히 거부감이 들었다.
어른들은 늘 "골고루 먹어야지."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버거운 건 사실이다.
그런 내가 어른이 되고, 어 이거 맛있네.라고 생각하며 먹기 시작한 게 버섯 중에 팽이버섯이다.
식감이 좋고 씹을수록 버터처럼 고소했다. 그토록 싫어했던 음식들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 기간 중에 남편은 순대국밥, 곱창볶음, 이런 메뉴를 참 좋아했다. 잘 맞지 않았다.
그런데 곱창을 몇 번 먹어보니 맛이 있어졌다. 좋아하는 사람과 먹다 보니 그런 걸까 싶었다. 어쩜 도전해보지 않고 냄새와 비주얼만 보고 거부하기도 했었다.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입덧기간이 끝났을 때, 남편이 진짜 맛있는 집이라며 순대국밥 집을 데리고 갔다.
신기하게 진짜 맛있었다. 그 후로 먹지 못했던 순대국밥도 가끔 남편과 맛있게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어릴 적 그렇게 싫어했던 음식들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오히려 맛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입맛도 자라는 걸까.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두부도 맛있게 먹는다. 두부에서도 비린내가 난다고 느꼈는데, 신김치를 볶아서 두부김치 해 먹으면 고소하고 참 맛있다. 단백질 식품으로 두부가 인기다. 이제는 거부감 없이 두부도 잘 먹는다.
아직도 당근을 볶은 것이나, 가지 무침은 먹지 않는다. 조금 더 지나면 이런 음식들도 먹어지려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골고루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같다.
그렇지만 내 경험상 어릴 때 너무 싫어하는 음식을 괜히 억지로 먹이는 것보다는 때가 되면 먹을 수 있다는 걸 믿고 기다려 주고 싶다.
어묵볶음을 좋아하지 않는 큰딸, 난 너무 맛있는데, 신기하다.
파프리카를 먹지 않아서 피자 시킬 때 빼고 시켜줘야 하는 셋째, 이건 나도 안 먹는다.
햄버거에 있는 양상추를 빼야 하는 넷째, 참 다양한 아이들의 식성과 편식이다.
지금 싫으면 안 먹어도 괜찮다고 기다려주고 싶다. 언젠가 스스로 다시 마주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억지로 밀어 넣는 것보다 기다림 끝에 먹는 것이 아마 더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편식은 고쳐야 할 습관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속도로 입맛도 자라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