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갔던 여행
기차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짧은 1박 2일 여행을 한적 있다. 오롯이 홀로, 천안에서 KTX를 타고 부산 광안리로 갔다. 부산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혼자서 갔다. 해보고 싶었다. 혼자의 하루!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방전이 되는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힘이 나지 않고 지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내려앉는 날.
그 시간이 몇 번 반복되면 그땐 방전상태다. 충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유하지 않고 그저 혼자 떠났다. 충전 처방전을 내렸다. 어떤 날은 사람을 만나고, 어떤 날은 음악을 크게 켜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충전을 하기도 한다. 그날은 멀리 홀로 떠나보는 처방전을 주었다.
계획도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데리고 잠시 내가 있는 환경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낯선 도시의 공기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누군가의 엄마도, 동료도 아닌 '나'로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참을 걸었다. 지나는 사람들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나다 상점 앞의 거울 속 나를 잠시 보았다. 좋아 보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지만, 좋았다. 카페에 혼자 들어가 좋아하는 커피를 시키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던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는 잠시 멈춰 선 느낌이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지쳤던 이유는 일이 많아서 힘들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 없어서였다는 것을, 혼자 떠난 여행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추억이 아니라 나를 다시 켜기 위한 시간이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와인을 마셨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엔 컵라면과 맥주와 과자를 샀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야식을 즐겼다. 넷플릭스에서 못 본 드라마도 켜두고, 멍하니 빠져서 보다가 졸음이 밀려오는 순간에 내 마음대로 잘 수 있었다.
아침에 아침밥을 차려줘야 할 사람이 없었기에 자고 싶은 만큼 잤고, 자고 일어나 멜론에 담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켜놓고 즐겼다. 북적대던 집을 떠나 잠시 1박 2일이 꿀처럼 행복했다.
나만의 충전처방전!
힘들고 지칠 땐 혼자인 나를 돌봐주고 혼자만 떠나자.
다시 어느 날 너무 지치고 힘들어 다시 내가 흐릿해지는 순간이 오면, 망설이지 않고 이 처방전을 줄 것이다.
부산 광안리는 그날 유난히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