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진화 Mar 09. 2023

함께 하는 삶에 익숙하다는 것

함께가 익숙한 나,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거에도 익숙해지려 해 

나로서의 삶이 아닌 우리로서의 삶,

누군가와 삶을 공유하고 함께하는 삶


난 항상 누군가 함께하는 걸 좋아했던 사람일까?
 아니면 혼자서 하는 걸 좋아했던 사람일까?



난 함께하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었어

결혼 전에 산책하러 가도 혼자보다는 엄마, 아빠랑 많이 가고

쇼핑해도 친구나 남자친구하고, 늘 누군가 옆에 있었어


특히 난 가족들이랑 함께하는 걸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고 가끔 핸드폰 사진첩에 들어가 사진을 봐

생일이면 가족들끼리 가랜드 붙이고 풍선을 불어 고깔모자 쓰고 케이크에 초를 부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어

그렇게 난  내 삶을 같이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어


엄마랑 아빠도 날 그렇게 키워주셨고

가족 모임을 중시하는 집 분위기였어, 친구들보다는 가족 모임이 우선순위였어

가끔 부득이한 일로 못 가면 괜찮다고 하지만

내심 서운해하시는 것 같은 엄마 아빠의 마음이 맘에 걸려 난 그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했어


그렇게 함께 한다는 것

그중에 가족과 함께한다는 게 내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해

그래서 혼자서 하는 것도 있지만 일상을 자주 공유하고

결정을 해야 할 때는 항상 엄마, 아빠께 많이 물어봐


그래서 난 결혼이 내 로망이었어

그러고 보면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꿈꾸면 다 로망이라고 표현 하나 봐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 평생 내 옆에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 아플 때나 슬플 때나 행복할 때

모든 감정을 같이 느끼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어


슬플 때는 같이 슬퍼하고

기쁠 때는 같이 기뻐하고

맛난 음식을 먹을 때는 같이 먹어서 더 맛있어

어떤 걸 같이해도 혼자보다는 난 둘이 좋았어


기쁨은 2배로 느껴지고,

슬픔은 같이 나누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시선이 생겨

힘든 일을 겪으면 감정에 사로잡혀 방향을 못 잡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옆에서 방법론을 제시해 주는 남편이 있어

그 방법론이 날 정신 차리게 해 줘


30살에 결혼을 해야겠다고 20대에 생각했고

내 꿈을 응원해 주고 옆에서 지지해 주면 같이하는 힘이 크다는 걸 알기에

둘이 살고 싶었어

둘이 하면 혼자 할 때보다 난 힘이 더 생겨


공동체에서 캠프를 주최한 적이 있어

2박 3일 동안 진행하는 캠프에 프로그램, 준비, 장소 섭외 등 다 준비했어

내가 총책임을 맡아 내가 아는 방법대로 순차적으로 진행을 했어

혼자 하니, 사람의 걸림돌을 하나 없이 내가 하는 만큼 나오는 결과라

추진력을 갖고 앞으로 쭉쭉 나가는데 놓치지는 게 계속 생겼어


그래서 팀을 나누고 팀마다 리더들을 세웠어

분담해 주고 각자 스타일이 있기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여러 방법의 결과가 나왔어

새로운 아이디어로 색다른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했어


같이 해주는 리더들이 있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을 채워줬어

혼자 하면 나무를 빨리심을 수 있지만

같이 가면 숲을 보게 되더라고


그때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 나가는 성취감은 혼자서 채울 수 없는 다른 단단함을 알았어



20대 초반에는 자유이니, 혼자서 이것저것 많이 했었어

그때는 다른 사람을 벗어나 내 마음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강했어

다른 사람들로 인해 아프기도 했고

내로남불로 똥꼬집을 부리다가 무시당한 적도 있었어


아프기도 했지만 혼자 하는 힘이 지속되지는 않았어

내가 혼자 하는 힘을 제대로 배운 것은 결혼 이후였어


남편은 혼자 일주일 이상도 잘 지내는 사람이었어

혼자 하는 걸 좋아하고, 취미 생활이 있고, 하나의 집중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인 사람이야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남편이라 각자만의 시간이 결혼생활에 필수였어


뭐든지 다 같이하기보다 나도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했어

단 2~3시간은 가능한데 그 이상은 혼자 있으면 심심했어

책 보고, 다이어리 쓰고, 청소하고, 강의 듣고 나면 그다음은 뭘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취미 생활은 뭘까를 한참 생각하고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그래도 심심했어

그래서 결혼 초에는 주말 중에 하루는 남편에게 ‘나하고 놀아줘’ 하고 징징거렸어


반복되면서 난 책을 보고, 영어 공부하고, 집 청소하고, 노션에 기획을 하고, 강의를 듣고,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혼자 하는 힘을 배웠어

이걸 배우는 데 1년이 걸렸어


그때 난 혼자 해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
지금은 같이하는 시간과 혼자 하는 시간의 균형을 맞추는 법을 터득했어



여행을 가고 어디 나가 놀고 할 때는 아직도 혼자보다는 둘이 좋은 난

오늘이 덕에 내가 얼마나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

그리고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생각했어


익숙했고 어딜 가든 첫째 인 나한테는 선택할 수 있었던 보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지금은 그런 내가 좋아

한때는 그렇게 함께하는 게 싫었던 때도 있었어

논문을 쓰던 시절,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가족 행사에 가야 하는 시간보다

대학원 졸업에 몰입하고 싶었어

그때는 가족들에게 학교에 집중하고 싶다고 선포했지만

그때 26년을 함께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난 잠시라도 가족을 멀리할 수 없겠구나

그냥 내가 곧 가족이겠다는 생각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했어


그래서 지금도 출근길에 엄마, 아빠랑 전화하고

저녁에는 밥 먹고 할아버지랑 영상 통화를 하고

종종 친척 동생들이랑 연락하고 가끔 만나 밥을 먹고

1년에 고추를 따고, 김장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생신에는 시골을 가는

가족모임이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야


아래 사진은 외가친척들 시골에서 모여 김장하고 아빠 환갑 때 마당에서 파티했던 사진이야




2023.03.07. 함께하는 삶이 당연한 내일이가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하는 삶, 함께 하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