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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Jul 02. 2023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채워가기

매일 반복되는 삶이 아닌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나의 하루를 채워가는 것 

출근을 안 한지 한 달째,

미루고 있던 당근 마켓에 물건 팔기, 책장 정리하기, 이불 빨기, 아기방 정리하기 등등

쌓여있던 일을 해결하고 책 읽고, 블로그에 임신 일기를 쓰고, 문화센터를 다니고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났어


일상이 심심해서 교시 놀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어

여유 있는 일상이 답답하다고 투덜거렸어

만나는 사람마다 배부른 소리라 했지



아이가 없을 때는 한때 무지 아이를 갖고 싶었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하루빨리 출산휴가에 들어가고 싶었어

현실에 대한 감사함이 사라지니 생각보다 요동치는 감정 때문에 복잡한 생각에 잠겼어



최근에 친구랑 대화하다 느낀 난 내가 나 자신한테 솔직하지 못했어

입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어서 그때 난 알았지,

내가 제대로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과는 다른 말이 나왔어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지금, 이 순간은 사실 내가 그동안 절실하게 꿈꾼 시간이었어

‘이 시간을 잘 보내야지’라고 나를 압박했어

‘그냥’ 사는 것도 삶이고, 엄마로 아이를 준비하는 과정도 고귀한데

날 위해 더 뭘 해야겠다는 성취 욕구가 강했어



누가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날 왜 그렇게 구속하고 싶었을까?
삶에는 정답과 방법도 없는데 말이야



스스로 만들어 낸 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일상 속 행복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었어

온전히 주관식 답을 써내야 하는 시험 문제도 아닌데, 내 삶에 무얼 써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

‘그냥’ 현재의 나로도 충분히 즐기는 시간을 보내보자고 마음을 다 잡았어


너랑 서울역에서 만나고 이야기하며 생각난  ‘하브루타 자격증’

예전부터 민간 자격증이어도 해볼까 말까 고민했던 공부였는데

지금이다 싶어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어

25개 강의를 하루에 3~5개씩 들으면 필기하고 모르는 것은 유튜브로 찾아가며 공부했어

지금은 배우려는 마음만 먹으면 자료는 정말 많은 세상에 살고 있었어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배움이라 재미있었어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60점 이상만 맞으면 주는 자격증이라 마음이 편했어

그래서 하브루타를 배우는 시간이 좋아서 어느 날은 하루에 8개 강의를 들었어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해

꾸준하게 하는 걸 좋아하지만,

집중력이 깊지 않아 오랜 시간 하나를 심도 있게 하는 것들을 못 할 때가 많았어

이번에 하브루타 자격증을 따겠다고 5일 동안 몰입하는 날 보면서 기특했어

난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수업을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요즘의 나는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나라는 사람의 ‘틀’을 깨는 것에 많이 고민해

낮잠을 싫어하던 난, 낮잠도 자고, 시간 아깝지 않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압박을 내려놓고

몸이 무거워진 임산부라 변화된 일상도 있지만 말이야


지금 이 고요한 시간이 불안했었는데 지금은 이 시간이 의미 있음을 알기에 조급한 마음이 없어졌어

이런 고민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결을 찾았고 난 움직이고 있으니깐

두려움이 줄어들었어


우리가 일기를 쓰고 저녁에 네이버 웨일로 이야기하면서 소꿉놀이가 아닐까 했지만

작은 프로젝트가 쌓이고 쌓인다는 것

우리 토양이 단단해지고 우리 씨앗이 마음 밭에 오래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것

몇 달 하고 끝나는 게 아닐까도 싶었지만

21년 9월부터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가 벌써 23년 6월 끝자락이야

우리가 하고 싶은 아이템,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길이 보여 설렘이 커졌어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어

우리는 ‘지루함’을 경멸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누가 더 바쁜지 경쟁한다.
인간의 가치가 효율성 달린 것처럼 말이다.
자극이 산재한 세상이기 때문에 더 의식적으로 정지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지루함을 싫어하고 심심함을 싫어하는 나한테 말이야

학교를 졸업하고 한 달 이상 휴식을 갖는 시간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

방법을 몰랐던 한 달이 지났고, 지금은 그 방법을 깨달았어



하루하루를 쌓고 또 쌓아가는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는 걸
내가 나를 돌보는 안목을 키우고 있다는 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움이 아니라
반복한다는 것은 내 삶을 지켜간다는 걸 의미했어
내 본질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루틴을 만들고 반복한다는 것
새로운 걸 만들어 가고 있는 삶이었어
나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
다음에 무엇을 할지 다음 단계로 가고 있다는 뜻이었어

내 소신대로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일을 할래




2023. 06. 30 하루하루 단단해지며 나만의 소신을 쌓아가는 내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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