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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쿠르 코치 김지호 Oct 13. 2023

13. 국제 파쿠르 게더링

선진 파쿠르 교육의 중심지에서 배움을 얻다.

매년 7월, 전 세계 파쿠르 코치들이 모이는 ‘International Gathering’(이하 IG)이 덴마크 겔레브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5일 간 열린다. 아래 글은 2019년 7월에 참여했던 IG 마지막 5일차 기록이다. 


함께 운동장을 뛰기시작했다.


오후 2시-4시까지 컨디셔닝을 진행했다. 이름하여 '사바나(savanna) 컨디셔닝'. 미션은 간단하다. 참가자들은 코치들의 사냥으로 부터 생존해야 한다. 우리는 파쿠르 코치 ‘마틴’의 주도하에 겔레브 학교 운동장을 계속 뛰었고, 기타 십여명의 코치들이 뛰고있는 이백여명의 무리 중 대여섯명씩 선별해서 각기 다른 컨디셔닝 세션으로 데려갔다. 



 나는 생존을 위해서 파쿠르 창시자는 최대한 피하려 했다. 그러나 윌리암스 벨(Williams Belle)은 처음부터 나를 골라갔다. 운동장 반대편 축구골대까지 토끼뜀으로 간다음, 다시 반대편으로 뒤로 뜀뛰기를 했다. 영국의 근육괴물 크리스 키슬리(Chris Keighley) 포함하여 나름 각국을 대표하는 지도자급 인물들 모두 다리가 터져버렸다. 그러나 윌리암스 벨은 옆에서 웃으면서 지치지않고 뜀뛰기를 지속한다. 창시자들의 전통적인 야막(Yamak Spirit) 정신 중 하나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가르침을 전할 때, 지도자는 반드시 수련자들과 똑같이 참여한다. 입으로 탑을 쌓으면 입으로 무너지는 법이나, 몸으로 쌓은 탑은 견고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두드리며 운동장에 복귀하자 마치 토끼를 사냥하는 승냥이처럼 파쿠르 코치 에밀리(Emilie)가 나를 돌이 쌓인 언덕으로 데려가 한손에 돌을 쥐고, 계단 뒤로 네발걷기를 시켰다. 미션은 간단했다.  "돌을 전부 계단 위로 옮길 때까지 네발걷기를 계속 하세요" 어느덧 전우가된 여섯명의 무리들은 네발로 기며 돌을 전부 옮긴 뒤 다시 운동장으로 복귀했는데, 이탈리아 코치 시노(Shino)가 눈빛을 반짝거리며 내 등짝을 후려갈기면서 "따라와"라고 외쳤다. 


 

결국 파쿠르 공원으로 끌려갔다. 공원에는 중형 스피커가 있었다.  "지금부터 노래를 틀건데 노래 끝날때까지 멈추지말고 계속 파쿠르를 하도록!"  심장과 폐는 나의 통제를 벗어나 산소를 애걸복걸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환희를 느낀 것도 잠시, 바로 이어서 이름모를 코치(정신이 혼미하여 얼굴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나를 자동차 앞으로 데려갔다. "자동차가 망가졌는데 인력으로 밀어서 저기 멀리 보이는 운동장 반대편 주차장까지 밀어줘" 팔힘이 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달리 지면을 강하게 밀어내야해서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팽창하다못해 쥐가날 것 같았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근육 뿐만 아니라 호흡도 거칠어졌다. 옆에 대만 파쿠르 1세대 아신(Ashin)과 나는 "I LOVE CONDITIONING"이라는 언행불일치적인 구호를 외쳐가며 자동차를 주차장까지 옮겼다.  


 다시 운동장에 복귀하자 또 다른 이름모를 코치가 매트리스 바닥으로 끌고갔다. 2인1조 파트너를 바꿔가며 주짓수를 했다. 다들 주짓수를 잘 배웠는지 참으로 신통한 테크닉으로 나를 뒤엎었다. 한 외국인 여성과 주짓수를 하다가 팔꿈치에 입술이 찢어졌으나 살필 겨를 없이 다시 운동장을 향했다. 겔레브 시민학교 장소 곳곳에서 신음소리와 괴성이 들렸다.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물을 찾는자, 토하는 자, 기어가는 자, 도망가는 자, 숨는 자, 극복하는 자, 웃는 자, 즐거워하는 자...  


주짓수


 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운동장 반대편을 가로질러 그라운드 캣패스(Ground catpass)를 했고, 나는 또 다시 누군가에게 끌려갔다. 그는 나에게 10kg 무게판을 손에 쥐어줬다. 무게판을 왼손, 오른손으로 바꿔 쥐며 손가락 핀칭 트레이닝 후, 양손을 뻗어 무게판을 버텨쥐고 기마자세를 버텼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깨가 내려가거나 팔꿈치가 굽혀졌다. 인내의 한계에 도달하려 할때 마침내 운동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이번엔 운동장 반대편으로 그라운드 캣패스 뒤로가기를 했다. 이어서 운동장을 뜀뛰고 있는데 제시(Jesse Danger)가 눈빛으로 이리오라 나를 불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철봉에 오래 매달린 뒤, 머슬업으로 봉에 올라갔다. 그 뒤, 서로 협력하여 지붕 아래를 가로지르는 나무기둥을 균형잡아 이동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모르는 자에게 내 손을 맡겼다.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넘어 모르는 자를 신뢰할 수 있는지 나의 그릇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몸은 더욱 흔들렸다. 발 하나 뒤로 잘못 옮기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파트너와 함께 눈감고 균형잡아 건너가기

 

 내 마음을 활짝 열면, 모르는 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이해하고, 인도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떨어지면 크게 다치는 높이 보다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안전을 맡기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균형을 잡아 걸아가면서 불안과 의심이 마음 속에 깃들려할 수록 내면에 집중했다. 마침내 반대편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내 앞에 밝은 웃음으로 포옹하고, 격려해주는 모르는 자가 있었다. 세션이 종료되자 제시는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왜 뒤로 눈감고 균형잡아 건너갔어?"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To feel the compassion" 


인터내셔널 파쿠르 게더링, 5일차 단체사진

 

 고된 컨디셔닝이 끝나고, 참가자들 모두 운동장에 모였다. 한 참가자가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고맙습니다. 함께 나의 한계를 초월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또한 우리 모두 하나됨을 느낍니다. 우리 또 만나요."  


 그가 전한 말보다, 그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이 이백여명의 무리에게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눈시울을 붉히며 모두가 얽히고 섥혀 그를 껴안고, 포옹해주었다. 나의 눈가에도 모르는 새 눈물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이 특별한 힘을 이곳 덴마크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전하고, 누리고싶다.


덴마크 파쿠르 여행을 담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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