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에 관하여
랑데부 2018 워크숍 3일차, 영국 런던의 Shadwell에 있는 Missing Cat 이라는 장소에서 스테판 비그로(Stephane Vigroux)의 문제해결(Problem Solving) 수업에 참여했다. 문제해결 모듈(Module)은 파쿠르 코칭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컨텐츠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다섯 지점을 서로 손을 잡은채로 이동하여 통과해야 끝나는 미션이 주어졌다. 가는 길에는 난간, 벽, 다리, 낭떠러지 등 다양한 장애물이 있어 매 순간 어떻게하면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했다. 여러 참가자들과 함께 이동해야 했고, 주어진 목숨이 단 3회 뿐이 었기 때문에 구성원 간에 말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2시15분에서야 미션을 성공해낼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미션이 종료되고 리뷰 시간에 스테판 비그로가 했던 말이다.
"파쿠르는 나에게 긍정적인 태도, 도전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 창의력, 불굴의 의지와 용기를 주었다. 이는 비단 나의 개인적인 경험 뿐만 아니라 파쿠르를 하는 대부분의 트레이서들이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우리는 스스로 수퍼맨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파쿠르가 우리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들을 겪게된다. 인간관계, 생계유지, 재난, 갈등, 사고 등 세상에 엄청난 실력을 겸비한 트레이서(Traceur, 파쿠르 수련자)들은 넘쳐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피폐하고 일그러진 경우를 많이 보았다. 왜 그런 것일까? 파쿠르에서 배운 덕목과 지혜를 자기 자신의 삶에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파쿠르는 개인적인 즐거움, 성취, 취미, 경험 단계에 머물러 있고, 자신의 삶의 문제와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여러분들에게 어떤 새로운 파쿠르 기술이나 움직임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본 세션을 통해서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힘 - 실천력이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했다"
파쿠르를 아무리 잘해도 자신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 다면, 그것은 그저 허영일 뿐이다. 그렇다면 실천할 수 있는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트레이서들이 장애물 극복에 앞서서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은 자기자신의 두려움이다. 실제로 파쿠르 모임이나 현장에서 그 두려움을 다스리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Commitment' 이다. 약속, 헌신, 전념이라는 뜻이다. 동사인 'Commit'에는 '마음에 새기다'라는 의미가 있다. 'Commit'은 트레이서들이 응원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You need to commit!"
우리가 문제해결 세션에서 가장 많이 심혈을 기울였던 것도 구성원들 간의 약속, 헌신, 전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우리 모두가 각자 마음에 새기지 않고서는 얻어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비록 오래걸렸지만, 마침내 세션에서 주어진 과업을 성공해낼 수 있었다.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실천하는 힘'은 나 스스로 내 마음에 새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마음새김에서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내가 되고싶은 나'를 위해 [전념]하였을 때, 타인의 아픔과 시대의 고통을 함께할 수 있는 [헌신]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원리를 파쿠르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일치시키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야 개인적인 풍요로운 삶을 넘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