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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ㅅㄱ Feb 12. 2024

[따뜻한 살인] 에필로그

작가의 이야기.

드디어 소설 쓰기를 끝냈다.

내가 쓴 첫 소설이다. 나는 소설을 배우지 않았다. 글쓰기도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어쩌다 운 좋게 전자책을 출간하긴 했지만 그것도 내가 잘 써서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도소 에세이를 쓰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는 어느 정도 사실에 바탕을 두고 쓴다. 그렇다 보니 더 이야기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주제는 교도관이 처참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겪는 슬픔이다.

보통 영화나 소설에서 범인이 경찰에 잡히거나 교도소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하지만 교도관이라면 그 범죄자를 계속 봐야 한다. 가해자가 교도소에서 출소를 하던지 아니면 교도소에서 죽을 때까지.

'교도관으로 자신이 겪은 잔혹한 범죄의 가해자를 데리고 있으며 겪는 고통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법대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적 복수를 해야 하는지.

현실에서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라지만 1만 6천여 명의 교도관중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장담은 할 수가 없다.

그 당사자가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소설에서 결론 내보고 싶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이 따뜻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하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내 이야기에 잔혹한 살인과 살해 현장이 나오지만 스릴러 소설이 아니다. 또한 누가 범인인지 맞추는 추리소설도 아니다.

 

소설을 1년 넘게 쓰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여기에 적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었다. 내가 입고 있는 제복을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렇다 보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소설 쓰기가 오래 걸린 가장 큰 이유였다. 다행히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큰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지면으로나마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서두에 말한 대로 나는 소설을 모른다. 고작 아는 거라고는 중, 고등학교 때 들었던 인물, 사건, 배경. 시험지에서 자주 보았던 1인칭, 2인칭, 3인칭 시점 그게 전부 다. 인칭으로 써야 할지도 몰랐다.

존경하는 조정래 작가님께서 소설은 무조건 3인칭으로 써야 한다고 해서 나도 3인칭으로 썼다. 하지만 3인칭 소설은 읽어만 봤지 써본 적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3인칭 소설을 읽으며 이런 형식으로 적는 거구나 하면서 무식하게 써 내려갔다. 플롯이나 전체적인 구성을 어떻게 짜는 것도 몰랐다. 당연히 지금도 모른다.

에세이를 각각 하나의 주제로 썼다면 그 이야기를 길게 더 폭넓은 사건으로 쓰면 소설이 되겠구나 하고 무작정 또 써 내려갔다.

그렇다 보니 내 글이 어쩌면 말이 잘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독자가 최대한 읽기 편하게 쓸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가 이야기를 35회 연재하며 대략 a4 100장(매회 a4 3~4장) 분량 이상의 글을 썼다는 건 기적이라고 생각된다.

글쓰기 실력이 미천해 매 회 쓸 때마다 20~30번의 퇴고를 했다. 볼 때마다 문맥이 맞지 않고, 비슷한 문구가 나와서 지우고 다시 읽으면 말이 되지 않았다. 나 스스로 내가 글을 진짜 못쓴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하도 퇴고를 많이 해 다시 읽으려니 멀미가 올라온 적도 있었다. 그만큼 힘들게 썼다.


이 이야기가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연히 금전적인 기대도 없다. 글 쓰는 게 좋아서 썼고 내가 평소 써보고 싶었던 소설을 완성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많은 사람이 읽었을 거라 여기 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단 한 사람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댓글까지 정성 들여 달아 주신 분들에게는 더욱더 깊은 감사를 전한다. ^^

그분들이 있었기에 내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태백산맥 10권 필사를 하면서 마지막 장에 <끝>이라는 단어를 적으며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내 소설 [따뜻한 살인]에서  <끝>을 쓰며 다시 한번 느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통해 작지만 큰 성취를 한 것 같아 행복하다.

진심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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