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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활 단상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 방향만 달라질 뿐

스터디카페부터 자격증까지, 공부로 다시 삶을 설계하는 법

by Bridge K

늦은 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늘 운전하던 손과 눈이 자유로워지자, 낯선 풍경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광고 포스터 하나, 노선도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은 듯했는데, 어느새 도착역에 도달했다. 플랫폼에 내려 미리 확인해둔 출구 번호를 찾아 지상으로 나왔다.


그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광활하게 느껴지는 왕복 10차선 도로, 그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빌딩 숲, 형형색색의 학원 간판들이 밤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울 대치동 못지않은 교육열의 중심지. 그렇게 나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학원가 한복판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인도 위에는 다양한 옷차림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혹여나 부딪칠까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가히 ‘공부 공화국’이라 불릴 만한 풍경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공부’라는 단어는 시험과 거의 동의어로 쓰인다. 대학입시 수능, 공무원 시험, 기업 입사 시험, 각종 전문직 시험까지 종류도 끝이 없다. 중장년이 되면 좀 나아질까 싶지만, 자격증 시험이라는 또 다른 국면이 기다리고 있다. 농담처럼 회자되는 대한민국 3대 시험이 수능, 9급 공무원시험, 공인중개사 시험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끈질기게 공부와 얽혀 있는 우리 삶, 그렇다면 ‘공부’를 축으로 한 제2의 인생 설계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① 공간을 파는 사업: 스터디카페와 독서실

대표적인 공부 지원 사업은 스터디카페와 독서실이다. 두 업종 모두 학습 공간을 제공하지만, 규제와 운영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독서실은 ‘학원법’ 적용을 받아 소방 기준 등에서 더 엄격한 기준을 따르고, 스터디카페는 일반 사업자 등록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처럼 스터디카페는 독서실보다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점 덕분에, 최근 몇 년간 창업 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학업 분위기 조성과 장기적인 회원 유치를 고려하면, 독서실 쪽이 더 안정적인 선택일 수 있다. 입지 분석과 경쟁 환경을 철저히 검토한다면 여전히 도전 여지가 있으며, 이외에도 학습 계획 관리 앱, 온라인 문제은행/오답노트 플랫폼 같은 디지털 기반 서비스도 유망하다.


② 자격증으로 진입하는 전문직 시장

공부를 통해 직접 업계로 진출하는 방식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인중개사, 손해사정사, 심리상담사 같은 자격증 기반의 전문직이다. 대표적인 자격증은 공인중개사도 2025년 기준으로 자격증 소지자 53만 명, 개업자만 11만 명에 이르지만 여전히 실무 수요는 존재한다. 특히 부동산처럼 네트워크와 실무 경험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자격증 이후의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비슷하게 인기있는 자격증으로는 주택관리사가 있다. 주택관리사는 공동주택(아파트, 주상복합 등)의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전문가로, 입주민과 관리업체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주택관리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행정·회계·시설 관리 등의 실무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에게 특히 적합한 자격으로 평가받는다. 자격 취득 후엔 관리소장, 위탁관리업체 직원, 공공기관 계약직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손해평가사와 같은 신규 자격증도 인기다. 손해평가사는 태풍, 집중호우, 병충해 등으로 인해 발생한 농작물 피해를 조사하고, 적정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전문가다. 주로 농작물 재해보험과 관련해 활동하며, 농업과 보험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자격이다. 고령화된 농촌 지역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제2의 커리어로 주목받고 있다.


③ 공부 자체를 콘텐츠로 바꾸는 일

공부하는 과정 그 자체를 콘텐츠화하거나 플랫폼화하는 접근도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등에서 정보를 나누는 방식이다. 자격증 취득 과정이나 실무 경험, 실패 사례도 훌륭한 콘텐츠 자원이 된다. 이런 본인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키운다면 강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책이나 영상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 평생교육원, 행정복지센터와 같은 우리 주변의 거점 사회 교육 기관이나 공공기관 혹은 기업체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여전히 많다. 중요한 것은 유명 인물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내려놓는 것이다. 자신만의 브랜딩 스토리를 꾸미는 일이 핵심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석유 가공은 세계 수위권이지만 실제 석유 생산량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든 나라. 철강 주요 수출국이지만 그 원료 역시 수입에 대거 의존하는 나라. 그런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기 힘든 ‘공부열정’이 있다. 바로 전 국민적인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었다.게다가 공부는 단어 그 자체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성장 혹은 성공. 어떤 상황과 매치시키더라도 과거보다는 현재 혹은 미래와 연계된 단어다. ‘공부’를 비즈니스 테마로 삼는 일은, 자립적이고 창의적인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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