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활 단상

맛있는 유혹, 무거운 현실

음식의 유혹과 뱃살의 반란

by Bridge K
시간이 지나도 군침이 흐르는 맛집 음식들


맛있으면 0칼로리? 내 뱃살은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는지도 모른다.




금요일의 햄버거, 그리고 귀향

주말부부로 지내는 나에게 금요일 퇴근길은 소풍을 앞둔 어린 학생들 마음과 비슷하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설렘도 있지만,

회사에서의 무거운 마음을 주말동안 내려놓을 수 있다는 해방감도 크다.

회사 근처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나면, 본격적인 귀향 준비가 시작된다.
집까지는 약 200km. 고속도로와 국도를 넘나들어야 하니 3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진짜 출발 준비는 따로 있다.

익숙하게 패스트푸드 앱을 켜고 햄버거 세트를 하나 주문하는 것. 치킨 너겟도 빠질 수 없다.
이제야 ‘나만의 귀향’이 시작된 느낌이다.

말랑한 번 사이로 퍼지는 고소한 향기, 달큰한 육즙의 소고기 패티, 짭조름한 체다치즈,

그리고 건강한 식사처럼 위안을 주는 토마토와 양상추.
한 입 베어 물면, 잠시나마 모든 걸 잊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나만의 세상이다.
이미 나는 햄버거의 포로가 된 지 오래다.



뱃살은 왜?!

방금 이야기 한 그 햄버거, 사실 망설이지 않은 건 아니다.
‘오늘은 그냥 지나칠까?’ 고민도 해봤지만… 역시 욕망이 이성을 이겼다.

그런데.. 햄버거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뱃살도 비례하는 걸까?
내 배는 어느덧 임산부처럼 둥글게 봉긋 나와 있다.

숨쉬기도 버겁고, 체력도 전 같지 않다.

뱃살의 첫 번째 주범은 분명하다.


무심코 먹는 음식들. 그리고 자주 찾는 그 패스트푸드.
요즘 나의 금요일 퇴근길에는 드라이브 스루가 루틴처럼 자리 잡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은 들르는 것 같다.
남몰래 충성도까지 생긴 셈이다.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많다 보니, 간편식이나 배달음식도 일상이다.
솔직히 편하긴 한데, 기름지고 짠 음식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위장이 불편한 날도 많고,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피로도 쉽게 쌓인다.


통계도 내 상황을 뒷받침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율이 높은 국가는 미국과 멕시코.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값싸고 칼로리 높은 가공식품에 의존한단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09년 35.9%였던 성인 남성 비만율이 2021년엔 48%로 뛰었다.
생각보다 가파른 증가다.

그리고 또 하나, 술.
요즘은 절주를 실천하는 분들도 많다지만…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술 앞에선 여러 번의 결심도 무력했다.
게다가 술만 마시나? 곁들여지는 안주는 언제나 고칼로리다.
술자리 다음 날의 무거운 마음과 무거워진 몸, 둘 다 감당해야 했다.



과거의 나, 그리고 도전

뱃살 고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나는 이른바 ‘배둘레햄’을 잠시나마 극복해본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쯤, 40대 초반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
몸무게는 80kg 초반대였지만 허리둘레는 40인치에 육박했다.
‘생각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먹는 대로, 움직이는 대로 사는 삶’이었다.

그때도 결심은 금방 이루어지지 않았다.
늘 ‘다음 주부터’라는 말을 달고 살다가, 어느 날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결국 체념인지 결심인지 모를 감정으로 밖으로 나섰다.

100미터를 뛰어보자고 마음먹었지만,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는 천근 만근이었다.
그 충격이 컸다.
그날 이후, 조금씩이라도 뛰어보기로 했다. 주 3회, 30분 이상. 땀에 젖을 때까지.

야식도 끊었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10km 마라톤 대회에 신청했다.
완주하고 나니 생각보다 큰 성취감이 따라왔다.
자연스럽게 뱃살도 줄어들었다.


요즘은 운동과 식단 외에도 새로운 방법이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방식.
바로 위고비 같은 비만 치료 주사제다.

이 약은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커서 주목받게 됐다.
일론 머스크도 사용했고, 유명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입소문이 났다.
실제로 1년 4개월 정도 사용하면 평균 체중의 15%를 감량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실제 주변 지인들이 사용한 후기를 들어보고는 나도 호기심이 생긴 적 있다.
‘이렇게 힘들게 운동 안 하고도 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고가의 약값과 중단 후 요요 가능성은 여전히 부담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내 몸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다.



꾸준함이 답이다

한때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면서도, 왠지 슬픈 말이다.
먹는 것 앞에서는 누구나 약해지고, 먹고 나면 누구나 후회한다.

비만 치료제도 결국 식단과 운동 없이 유지되진 않는다.
약을 끊으면 3명 중 2명은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를 넘어선지 오래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삶의 품격도 높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요즘은 뱃살이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라, 자기 관리의 지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을 선택하든, 목적은 같다.
식단 조절이든, 운동이든, 약이든. 결국 지속 가능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햄버거를 사랑해도, 뱃살과는 이별하고 싶다.
이번엔 좀 더 오래 가보자. 진심으로.



sticker sticker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기는 기록


1. 표지 사진 : 치토세바(千歳家) | 주소: 346 Nakanodai, Noda, Chiba 278-0035 일본

https://g.co/kgs/EA5mq4f

2. 그룹이미지(좌) : 곱 마포직영점 | 주소: 서울 마포구 도화길 31-1

https://naver.me/GRo1pq7P

3. 그룹이미지(우) : 뜨라또리아 | 주소: 경남 거제시 옥포성안로 30 고센빌딩 1층

https://naver.me/xeASUiZl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