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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투이스트 해빗 Jun 09. 2020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9. 타투의 역사와 장르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제1부 9.

9. 타투의 역사와 장르


 타투의 역사는 이 글에서 다룰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타투는 인류의 시작과 맞닿아 있으며 인류의 끝에도 함께할 문화적 습성이다. 또 타투 장르별로도 역사와 기원이 다르다. 다소 지루하고 길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직업으로 삼으려는 타투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을 쌓으려는 노력은 필수이다.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옛것을 공부하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적어도 내가 왜 타투를 하려고 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장르의 기원과 특징은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걸 남에게 새길 수는 없는 것이다.

혹시나 학문적으로 타투에 대해 깊게 알고 싶다면 조현설 교수님의 `문신의 역사`라는 책을 추천한다. 또는 인터넷에 검색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수많은 타투 장르 중에서도 절대불변의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것들이 있다. 크게 3가지로 트라이벌, 재패니즈와 아메리칸 트래디셔널 타투이다. 트라이벌이란 단어 그대로 부족 문신이라는 뜻이고, 고대부터 이어져 온 부족의 문양을 새기는 타투이다. 재패니즈는 일본의 역사와 맞닿아 동양적인 타투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아메리칸 트래디셔널 타투는 흔히 올드스쿨 타투라고 불리는데, 현대적인 타투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시작한 타투의 뿌리는 올드스쿨 타투였고, 현대의 타투이스트들에게도 꼭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실에 이야기를 곁들여 소개하고자 한다.



폴리네시안 전통 타투



 나는 고기나 국 등의 음식에 항상 후추를 곁들이고는 한다. 풍미가 더해지고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후추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해서 알아본 적이 있다. 놀라운 사실은 후추가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준 향신료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냉장이나 냉동 기술이 없던 중세 시대에는 고기를 저장하기 위해 소금이나 꿀 등을 사용했다. 이런 것들은 매우 귀해서 화폐로 사용되거나 세금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비싸기도 했지만 염장한 고기는 누린내가 심했기 때문에 향신료가 필요했다. 당시 향신료는 금과 비교될 정도로 귀하고 비싼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용적인 목적 외에 과시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유럽의 국가들은 폭등한 후추의 가격 때문에 직접 인도에서 구해 올 수 있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항해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대항해시대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발전된 항해술로 아시아까지 가는 항로를 발견하고,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하는 등 지리상의 발견을 이룩한 시대였다. 이에 앞서 콜럼버스의 신항로 개척에 관한 일화는 아주 유명한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항로가 개척되면서 여러 가지 문물들이 교류되었는데, 이 중에는 타투도 포함된다. 타투를 새기는 풍습을 가진 부족에 관심을 가지는 탐험가들이 있었고, 타투의 기술과 의미 등이 퍼지기 시작한다. 대항해시대의 선원들이나 군인들은 항해를 하면서 주술적인 의미로 타투를 받았다. 이런 타투들은 소속을 나타내는 표식의 기능이 있었으며, 구조 당시 식별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무사히 항해를 마친 이들에게는 훈장처럼 인식되기도 했고 안전과 행운을 비는 부적처럼 새겨지기도 했다.

 인류는 수많은 개척과 전쟁을 치르면서 교류와 발전을 지속해왔다. 세계 대전을 전후하여 많은 군인들이 타투를 받았고 그 인기는 날로 커져갔다. 근현대에 이르러 미국은 다방면으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타투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초창기 미국의 타투이스트들은 해군 출신이 많았고 동서양의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타투 머신이 발명되고 타투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올드스쿨 스타일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가장 상징적이고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 중 `세일러 제리(Sailor Jerry, Norman Keith Collins)`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역시 미 해군 출신이었는데 항해를 소재로 한 타투 디자인, 굵은 선과 원색을 사용한 간결하고 투박한 올드스쿨 스타일을 정립시켰다. 게다가 최초로 일회용 바늘을 사용하고 오토클레이브(autoclave)로 용품을 멸균하기 시작했다. 

 타투에 대한 수요가 커졌지만 새로운 타투이스트들은 디자인이나 기술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세일러 제리 같은 타투이스트에게 도안을 구입해서 전시하거나 모작을 하기도 했다. 타투 플래시(tattoo flash)의 시작이다. 



2014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세일러 제리의 묘지에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현대에도 세일러 제리의 디자인은 올드스쿨 타투의 클래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디자인으로 타투를 받기도 하고 타투이스트 각자의 스타일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의류나 각종 굿즈 디자인으로 사용되고 심지어는 주류 브랜드도 있다. 개성 넘치고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디자인 자체는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므로 많은 입문자들이 모작하기도 한다.

나 또한 처음부터 내 그림으로 타투 하길 원했지만 타투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역사적인 근본을 알기 위해 세일러 제리의 디자인을 차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를 기리기 위해 묘지에 다녀오기도 하였으며, 하와이 호놀룰루의 타투샵에 방문하여 일하기도 했다.


 올드스쿨 타투, 즉 아메리칸 트래디셔널 타투는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타투이스트의 등장으로 발전되어 네오 트래디셔널(neo traditional)이라는 장르로 파생되었다. 또 현대에는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들을 통칭 뉴스쿨 타투라고 부른다. 타투 스타일이 너무 다양해져서 장르적으로 구분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많아지고, 이런 구분은 현재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타투이스트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도안을 만들고, 그 스타일과 느낌이 좋은 사람들이 타투로 선택하게 된다. 장르보다는 타투이스트 개인의 색깔이 더 부각되는 시대이다.


 언급한 타투 장르 이외에도 치카노(chicano), 싹얀(sak yant) 등 다양한 타투가 존재하며, 유행과 수요에 따라 블랙워크(black work)나 수채화 타투 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미니멀한 타투의 인기가 높아지기도 하고 `감성 타투`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호놀룰루 타투샵에서 게스트 워크



 사람마다 취향은 천차만별이므로 무엇이 옳고 그르다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타투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다. 장르에 따라 공부 방법이 다르기도 하고 표현하는 기술도 다르다. 타투 애호가 사이에서도 취향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타투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타투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디자인을 떠나 타투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하는 타투이스트가 인기를 누리기도 하고, 전통적인 것을 중시하는 타투이스트가 인정받기도 한다.

 결국 내가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타투가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타투는 어떤 것인지, 얼마나 사람들의 수요가 있는지 등 여러 요소에 따라 타투이스트의 색깔이 만들어지게 된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어떤 타투이스트가 될지 방향성에 고민하고 있다면 기존의 지식과 역사적인 사실에 관심을 갖는 것이 도움 된다.



 *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자.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면 앞으로의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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