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부모가 만드는 우리 미래(아이)(32)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국어를 어느 정도 학습합니다. 안아는 EBS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하면서 읽기 능력을 향상했는데, “뽀로로”보다 “한글이 야호”를 먼저 접했던 게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3세 때 한글을 읽기 시작했으니 부모가 볼 때는 그저 대견했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듣고, 읽고, 말하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안아는 잘 듣고, 읽고, 말하는 것까지는 잘했지만, 쓰기는 어려워했습니다. 그렇다고 교본을 사다가 쓰기 연습을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독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제가 구상해서 진행했습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면서 글씨도 쓰게 한 것이죠.
처음에는 당연히 글씨는 비뚤배뚤하고 크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영어를 먼저 쓰기 시작해서 영어와 비교했을 때 한글은 그림과 같았죠. 하지만, 역시 연습을 당할 장사는 없습니다. 최근 연구에는 연습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결과도 있지만, 처음 배우는 글씨를 쓰는데 연습은 필수입니다. 어느덧 글씨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고, 맞춤법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쓰기는 읽기와 병행했습니다. 집에 있는 동화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그리기도 하고 글씨로 적기도 했습니다. 꾸준한 학습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아이의 발전으로 나타납니다. 좀 더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게 됐고, 그 내용을 물어도 곧잘 대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책이라도 읽으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텍스트가 아닌 그림 위주로 나온 책은 문해력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떤 이야기를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해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책을 읽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만화책만 읽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독서 흥미를 위한 방법으로써 만화책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만화로 출판된 『그리스·로마 신화』를 꾸준히 읽고 있는데, 어려운 신의 이름도 잘 기억하고 다 읽고 나서는 다음 편을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사실, 신화와 관련한 책을 어른들이 읽는 책으로 읽는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리스 신화를 읽겠다고 하면서 열심히 읽어봤지만, 읽다가 포기한 기억밖에 남지 않습니다. 차라리 만화로 처음 접했다면, 후에 신화를 읽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기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독서는 아이 혼자만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동참해야 하는 학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글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책과 떨어져 살 수 없습니다. 매일 독서 하는 모습을 안아가 지켜보니, “아빠는 안 읽으면서 나만 읽으라고 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아이의 학습 모델은 부모라는 사실은 부모의 실천에서 시작합니다.
학습과 관련한 선전이나 학원가의 창문에는‘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글씨가 자주 보입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 공부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의 능력으로 학습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면 가르쳐 줘야 하고, 처음에는 당연히 관리 감독하면서 시켜야 합니다. 적어도 낚시하는 방법은 가르쳐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낚시하는 방법은 뒷전이고, 그냥 물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기다리면 낚시인 것처럼 가르쳐 줍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못하는 부분을 잘 모릅니다. 혹, 안다고 해도 잘못하는 것에 도전하는 걸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어려운 부분에서는 성과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칭찬을 듣기보다는 꾸중을 듣기 마련입니다.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아서, 결국 잘못하는 부분은 계속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잘하는 부분은 계속 발전해서 불균형하게 학습 발전이 이뤄집니다.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혹은 공부라는 것을 한다고 해서 부모가 할 일이 끝난 게 아닙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은 찾아서 보완할 줄 알아야 할 정도가 돼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자녀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과거 입시생들을 지도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분명 상대적으로 잘하는 과목과 그렇지 못한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똑같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수학이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수학 학습 시간을 늘려야 하는데, 더 잘하는 영어와 똑같은 시간을(대체로 학원) 학습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뭘 하라고 해도 금세 실증냅니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는 끊임없이 ‘밀당’을 해야 합니다. 달래기도 하고, 엄하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물론, 이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들은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은 자녀가 알아서 자기의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관여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제가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학습 방법이 중요한 것이어서 과외 하듯이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 학습을 한다고 하면, 문제집을 주고 풀게 합니다. 그리고 모르는 문제를 가져오면 도와주는 방법을 택합니다. 미취학 전에는 이 정도 수준이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과제를 주면, 스스로 해결해 보고, 모르면 가져오는 수준.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학습을 스스로 알아서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보충 학습을 할 수준의 자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모가 계속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들었던,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상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한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에게 한 학부모(엄마)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에 반에서 수학 시험을 봤는데, 아이 성적이 좋지 않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학원도 계속 다니고 있는데, 학교 시험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 어머님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부모가 이런 상담을 한 학년 동안 평균 3회 정도를 하다 보니, 선생님이 다른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어서 학교 교감 선생님이 부모의 상담을 대신하는 걸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열심히 학원에 다닙니다. 그래서 당연히 어느 정도 수준에 있을 거라고 부모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담임 선생님 상담을 요청했을까요? 결론적으로 부모는 아이를 잘 모릅니다. 학원에 다니지만,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학원에 가면 무조건 공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본인의 경험을 떠올려봐도 알텐데, 이상하게도 ‘내 아이는 열심히 할 거야!’라는 근거 없이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자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라서 그들이 부모를 속이는 일은 없다고 확신하는 듯합니다. 아이들은 속이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똑같이 했을 뿐입니다. “잘 다녀 왔어?”라는 질문에 “네. 잘 다녀왔어요!”라고 대답합니다. 부모의 질문은 공부 열심히 해서 실력을 향상 시켰냐는 질문이지만, 자녀는 학원에 무사히 다녀왔다는 의미로 해석해서 대답합니다.
과연, 부모는 자녀들의 학습 방법과 태도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고 이해하고 있나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좋은 아빠 TIP
1. 아이의 학습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의 “네”라는 대답에 만족하지 마세요. 부모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2. 아이의 학습 초기에는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장단점을 발견하는 것, 중요한 일이지만 결국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결국‘꾸준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