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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Join Feb 06. 2024

“더 놀고 싶어요!”

한 주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싱가포르에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도착하는 날 기차역으로 온 가족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밤 11시 30분 정도였습니다. 열두 살 안아도 졸리고, 일곱 살 주아는 더 졸리고, 아예 잠들어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가 12시가 넘어서, 저는 새벽 한 시 넘어서 잠이 들었고,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서 아내의 출장길을 온 가족이 출동해서 배웅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한 달에 한 번 먹는 국밥집(아이들이 국밥을 좋아합니다)에 들러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토요일에는 두 딸이 바이올린 배우는 게 있어서 데려다 주니, 두 딸이 똑같이 말합니다.     


“아빠, 바이올린 연습 끝내고 놀다 가도 돼요?”

“응!”     


어제 늦게 출장에서 돌아온 저한테, 그리 나쁠 게 없는 요청이었죠. 그리고 토요일 저녁에는 합창단 공연을 보러 가기로 되어 있어서, 하루 내내 아이들이 집에 없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이 끝나고, 아이들이 집에 오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씻고 정리하고 간단히 간식을 먹으니, 밤 10시가 넘었고요. 결국, 11시가 넘어서 모두 잠들었습니다.      

주아는 코피를 자주 흘립니다. 조금 힘들면 코에서 반응을 합니다. 그래서 항상 무리했다 싶으면 반강제로 낮잠을 자게 합니다. 주아도 자기 싫어도 몸은 원해서 쉽게 잠이 들고요. 예배를 드리고, 점심까지 교회에서 먹고 주아를 데리러 갔습니다.     


“주아야, 집에 가자!”

“네, 아빠!”     

하지만, 곧 묻습니다.     

“더 놀다 가면 안 돼요?”

“응, 안 돼! 며칠 늦게 잤잖아. 코피 날 수 있어! 얼른 가서 점퍼 입고 와.”     


주아도 며칠 늦게 잤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 말을 바로 듣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보니, 눈물이 흐르네요. 그리고 다시,     


“아빠, 쫌 만 더 놀면 안 돼요?”     


라고 또 물어보네요.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집에 가서 자야지.”     


더 놀지 못하는 속상한 마음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낸 주아를 데리고, 집에 와서 눕혀줍니다. 그러고 나서, 출장 중에 생긴 빨래도 하고 어제 닦아 놓지 않았던 그릇들을 설거지했습니다. 다 정리하고 나서, 주아한테 가보니 아직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옆에 누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안아줬습니다.     


“아직 안 자네? 이제 자야지. 그리고 이따가 일어나서 엄마 마중 나가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곧 잠이 듭니다. 이후 4시간 정도 낮잠을 잤습니다. 눈에 피곤함을 가득 머금고도 더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몸을 생각해야 하기에, 아쉬움이 가득한 아이의 얼굴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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