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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Join Mar 15. 2024

“엄마는 아빠랑 결혼을 잘한 거 같아!”

일곱 살 주아가 이사 와서 혼자 자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언니한테 가서 자기도 하다가, 중간에 깨서 다시 자가 방으로 가서 자기도 하고, 어떨 때는      

“엄마랑 같이 자면 안 돼요?”     

라고 하든지 아니면,     

“아빠랑 같이 자고 싶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계속 거절할 수만은 없어서, 종종 같이 누워 있다가 잠들면 나오기도 하고 아예 우리 부부 사이에서 주아를 재우기도 했습니다. 혼자 자는 게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합니다.      

이사 와서 저는 깔끔을 유난히도 떨고 있습니다. 뭐 하나만 떨어져도 닦고 쓸고,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애들이 흘려도 바로바로 이야기해서 치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체 바닥 청소는 로봇 청소기를 돌리면서 매일 하고 있고요. 모든 기기는 사용하자마자, 바로 닦고 있습니다. 결벽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저분하면 눈에 거슬리도록 저를 변화시키는 중이죠. 그러다 보니, 두 딸이 아빠 눈치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주아와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어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내놓고, 냉장고에서 딸기잼을 꺼냈습니다.      

“아빠, 이거 먹을래요.”     

두 개밖에 없는 식빵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주아가 보기에는 조금 더 잘 구워졌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 잼 발라 줄까?”

“응.”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잘 구워진 식빵 위에 골고루 펴 발라서 주아한테 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도 제가 먹을 빵에 잼을 발랐고요. 그렇게 아삭아삭 먹고 있는데, 주아의 빵 속에서 딸기잼이 흘러나와 식탁에 떨어졌습니다.      

“어, 딸기잼이 떨어졌네.”     

주아가 잠시 긴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물티슈로 닦으면 되지. 옷에 안 묻게 조심해.”     

별일이 아니었기에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때,     

“엄마는 아빠랑 결혼 잘한 거 같아.”

“응? 왜?”

“아빠 착하잖아.”     

주아 생각에는 혼날 줄 알았는데, 아빠가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니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많이 긴장하게 만든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일부로 쏟는 것도 아닌데, 그냥 치우면 되는 것을 굳이 조심스럽게 행동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아빠는 아주 착한 사람이 되어,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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