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카드
아이의 눈에 보이는 좋은 사람, 혹은 감사할 사람은 어른과 다릅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감사할 대상이 나에게 유익을 주는 사람입니다. 어른한테는 금전적 이득이나,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감사의 대상이 될 텐데, 아이들한테 감사의 대상은 꼭 용돈을 주는 사람이 아니어도 되는 듯합니다.
주아는 학교에서 감사 카드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에도 엄마, 아빠, 할머니 등 주변 사람들한테 종종 감사 편지를 써서 뭉클하게 할 때가 있는데 학교에서는 그동안 감사 표현을 하지 않았던 사람을 찾았나 봅니다.
‘엄마, 아빠한테도 많이 썼고, 할머니한테도 썼으니까 감사 카드는 다른 사람한테 써야겠다.’
잠시 생각하더니, 주아가 감사 카드를 써 내려갑니다. 그리고 감사 카드 쓰는 시간이 끝나고 나니 선생님께서 꼭 오늘 감사 카드를 전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아는 기분 좋게 감사 카드를 들고, 집 근처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그러고 나서,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한테 감사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주아의 감사 대상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이었던 것이죠. 1학년 아이의 작은 감사 카드를 받은 일하는 분은 순간 당황하기도 했지만, 당황이 감동으로 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카드를 나한테 주는 거니?”
“네, 감사할 사람한테 학교에서 쓴 거예요.”
“이렇게 소중한 것을 나한테 줘서 정말 고마워.”
일하는 분은 감사 카드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사탕 하나를 주아의 손에 쥐어 줬습니다.
“이거 맛있게 먹어.”
사탕을 받기는 했지만, 주아는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면서 그 대가를 받는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머니 속에 있던 백 원짜리 동전 2개를 테이블 위에 놓고,
“안녕히 계세요.”
라고 인사하며, 혹여 일하는 분이 쫓아와서 돈을 돌려줄까 봐, 빨리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아이의 마음에 감사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감사 거리가 엄청 많습니다. 종종 들렀던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의 친절한 미소조차도 아이에게는 감사할 거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