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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시린 이별은 없다

기억이 존재하는 방법

by 물결


희미해지지 않으리라 믿었던 그 시절의 우리도 이제는 스치는 봄바람처럼 가볍게 살랑인다. 추억이란 것은 이토록이나 다양한 온도를 가진 바람처럼 나를 찾아오는구나. 의식하지 못한 순간 나는 당신을 과거로 보내주었구나. 그 시절의 우리가 속삭인 음성도 당신의 반짝이던 눈망울도 이렇게 불현듯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아주 갑자기 내 마음을 덮는다. 더 이상 나를 시리게 하지 않는 이 바람은 다시 불어 여름의 뒤로 가버리겠지. 그렇게 우리는 더 그럴듯한 남이 되어 이 계절들을 살아가겠지. 당신을 보내고 난 후 세 번째 봄을 알리는 바람을 맞고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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