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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크컨설팅 May 13. 2024

기업의 변화 Series 2: 주니어보드

윙크레터 #61|링크컨설팅

윙크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는 ‘기업의 변화’시리즈로, 기업들의 ‘주4일제 실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61번째 윙크레터에서는 다양한 사내 조직문화 활동 중 ‘주니어보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조직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주니어보드는 비교적 젊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경영에 참여시키기 위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주니어보드의 시작부터 국내 기업에서 시행 중인 주니어보드 활동 중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주니어보드, 1932년 미국 '맥코믹'사에서 시작,

국내에선 1967년 '동양시멘트'가 최초


주니어보드 시작의 배경에는 1929년부터 1930년대까지 미국 경제를 휩쓸었던 대공황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시 조미료 믹스, 향신료 등을 상샌, 판매 및 유통하던 매코믹(MKC, 현재 매코믹 앤 컴퍼니)도 대공황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주니어보드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1]


당시 사장이던 찰스맥코믹(Charles P. McCormick)은 극심한 불경기를 타파할 수 없기에 전사원의 창의와 노력을 회사 경영에 집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중역이 아닌 젊은 부장들, 과장들 20명을 선발해서 ▲경비절감 ▲해외시장개척 ▲조직개편 등 경영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조사를 하게 했고, 이를 경영에 반영한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상부 경영층만이 관여했던 회사 경영에 대해 하부층까지 참여시키는 것을 제도화한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이는 직원들에게 전문적인 성장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죠.[2]


국내에서 가장 먼저 주니어보드를 운영한 곳은 국내 최초의 시멘트 회사 동양시멘트(2010년 골든오일과 합병되어 폐업) 였습니다. 1967년, 역시 경영혁신과 종업원의 경영 참여라는 목표를 가지고 10명 내외의 사원들로 주니어보드를 구성했는데요. 아쉽게도 순조롭게 이루어지지는 않아 1969년 말에 폐지되었다고 합니다.[3]  

주니어보드는 2006년에는 ‘제3경영세력’[4]이라 불리기도 했고, 현재는 대다수 기업들과 공공기관까지 주니어보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10년이 넘도록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강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주니어보드 활동을 통해 나온 의견들이 회사 경영에 점차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봤을 때, 국내 기업들도 주니어보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새경영기법 쥬니어·보드제〉, 1971.05.15, 매일경제.

[2] McCormick & Company,〈World Book Day: “The Power of People,” by Charles P. McCormick〉, APRIL 23, 2018.

[3]〈새경영기법 쥬니어·보드제〉, 1971.05.15, 매일경제.

[4] 이심기 기자,〈[주니어보드] '제3 경영세력' 부상〉, 2006.04.02, 한국경제신문.


https://www.youtube.com/watch?v=qV5A7E-JLMo


국내 기업의 주니어보드 작동 방식


자 그러면 실제로 국내 기업에서 주니어보드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① KT&G의 상상주니어보드

KT&G는 2021년부터 ‘상상주니어보드’라는 명칭으로 주니어보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를 목표로 젊은 구성원과 경영진의 소통을 주도하는 기업문화 개선 협의체인데요. 2023년 5월에는 사내 공모를 통해 '상상주니어보드' 3기가 임명되었습니다.[5]


KT&G 그룹의 미래 비전인 '글로벌 Top-tier' 도약을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기업문화 혁신을 추진할 계획을 가졌는데요. 10개월 간의 활동을 끝으로 지난 2월에 해단식을 가진 KT&G의 주니어보드는 ▲CEO 타운홀미팅 ▲신규 입사자 온보딩 콘텐츠 ▲분야별 우수 리더 선발 등 조직문화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차별화된 프로그램들을 운영했습니다.[6] '경영진과 직접 소통하며 우리의 목소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주니어보드 구성원의 후기가 인상깊네요.


[5]〈KT&G, MZ세대가 기업문화 혁신 이끈다…상상주니어보드 3기 출범〉, 2023.05.30, KT&G.

[6] 박길수 기자,〈‘상상주니어보드 3기’ 활동 10개월 간 도출된 ‘다양성과 포용성(D&I)’ 확산 아이디어 등 발표〉, 2024.02.27, 디트NEWS24.



② 2022년부터 시작한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2022년 5월부터 주니어보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사 5년 미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추천과 지원을 통해 선발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내외부 다양한 네트워킹 활동 ▲조직문화/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제시 ▲개선 활동을 실행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약 1년간의 주니어보드 활동을 통해 총 71개의 업무 개선 아이디어가 도출되었고, 이 중 10여건이 실행 완료되었다고 밝혔습니다.[7]


첫 시작이니만큼 타사의 사례를 살펴보는 방식이 흥미로웠는데요. 현대글로비스 주니어보드를 한국타이어 사옥로 초청해 네트워킹을 가지는 한편, 이노션, 카카오페이 재직자를 초청한 특강 및 원티드를 방문해 각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③ 2010년부터 이어져 온 SK하이닉스의 주니어보드

SK하이닉스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원을 주니어보드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선발된 100여명의 구성원들이 기업문화 개선 아이디어 도출부터 전략 수립까지 모두 참여하는데요. 각 시기에 따라 주니어보드의 역할이 변화해왔습니다. 2010년에는 구성원 의견 청취 및 인력 육성, 2013년에는 조직문화 전파 및 확산, 2018년에는 제도/문화 개선 참여였다면, 2022년에는 기업문화 업그레이드 과제에 참여하며 점차 그 역할이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전사 차원의 기업문화 업그레이드 과제와 구성원 소속에 따른 13개 Biz채널의 현장 개선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기업문화 업그레이드 과제는 '몰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환경 ▲HR 제도/시스템 ▲소통 ▲구성원 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제안했고, 총 7가지를 선정해 13건의 실제적인 제도 변화와 개선까지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7] 〈[한국타이어] 우리는 똑똑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한국타이어 주니어보드!〉, 2023.04.04, 한국타이어 블로그.



시행보다 변화에 주목해야


제가 실제로 만나본 주니어보드 구성원들은 대체로 활기찬 표정이었습니다. 주로 그들의 역할과 활동 방식을 수립하거나, 앞으로 실행할 계획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라 그랬을수도 있지만, 원하던 회사에 입사해 자신의 손으로 조직문화 개선 활동까지 만들어 나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이처럼 조직에서 자부심을 성장으로 이끌어 줄 수만 있어도 ‘실패’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데요. 최근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철도공사, 천안도시공사, 의왕시, 청양군, 영월군 등 공공기관에서도 주니어보드 제도를 활발하게 시행 중입니다. 사실 변화는 매일 일어나고 있지만, 대체로 혁신이 필요한 시기에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늘 혁신이 강조되고 있죠.


주니어보드뿐만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시도할 때 참고하면 좋을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효과적인 혁신은 무엇이 다른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거의 모든 주요 기업이 일종의 혁신에 착수했지만 안타깝게도 '주요 변화 프로그램 중 12%만이 지속적인 결과'[8]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의 저자들은 효과가 있었던 프로그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 사이에 중요한 6가지 차이점을 발견했는데요. '성공적인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6가지 관행을 소개합니다.


▲첫째, 혁신을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취급하기

▲둘째, 회사의 운영 리듬에 혁신 프로세스 포함하기

▲셋째, 조직의 에너지를 명확하게 관리하기

▲넷째, 단순한 목표가 아닌 열망을 활용해 경영진의 사고를 확장하기

▲다섯째, 중간층이 변화를 주도하도록 하기

▲여섯째, 처음부터 상당한 규모의 외부 자본 활용하기


그리고 2023년 혁신 사례를 연구한 결과, 위의 6가지 핵심 관행 중 도입한 갯수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2개 또는 그 미만인 경우 8%, 3-4개는 13%, 5개 이상을 도입한 경우에는 22%나 되었는데요. 여러분의 조직은 기업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성공적인 혁신 전략 중 어떤 것들을 시행하고 있나요? 주니어보드 제도를 통해 변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위에서 강조한 ‘성공적인 프로그램의 핵심’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꾸준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 《조직의 재창조》에 인용된 뉴욕대학교 언론대학원 교수인 클레이 셔키의 말을 빌려 이번 호 윙크레터를 마치겠습니다.


‘당신이 하나의 도구를 채택하는 것은 그 도구에 체화된 경영철학을 채택하는 것이다’

(클레이 셔키Clay Shirky)[9]


[8] 마이클 맨킨스·패트릭 리터,〈효과적인 혁신은 무엇이 다른가〉,《Harvard Business Review》, May-June 2024.

[9] 프레데릭 라루, 박래효 역,《조직의 재창조》, 2016, 생각사랑,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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