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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당구장[3]

ep_3

by 섭이씨


벼룩시장 광고를 내어놓은 광고주는 부동산이었다. 그 부동산에 의뢰한 사람은 당구장 주인이 아니고 당구장 주인이었던 사람에게 임대를 해준 그 건물 주인이었다.

부동산 사장은 요즘은 보기 드문 70대 할아버지다.

“지금 이 당구장은 진짜 공짜지 공짜. 원래 당구장 차릴라 카므는 몇천만 원은 든다카이. 이런 데가 없는기라”
“아 예. 맞지예. 근데 전월세가 우째 됩니꺼?”
“천에 삼십이나 오백에 사십”


부동산 사장과 긴 경사 끝 언덕에 있는 당구장을 보러 갔다. 여기서 당구 한 게임 치려면 어디서든 오르막을 올라와야 했다. 당구 치기 전에 몸은 잘 풀겠네.
3층 건물 3층에 사는 건물 주인이 내려와서 당구장 문을 열어주었다.


“문사장 이 청년이네, 여기는 문사장이라고 건물 주인이지.”


부동산 사장이 나와 문사장을 동시에 소개한다.
건물주인 문사장은 부동산 사장에게 형님이라고 했다. 둘이 친한 사인가보다.


“안녕하십니꺼 송병수라 합니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두호에게도 인사를 시켰다. 인사 잘 안 하는 불손한 젊은이라 내어줄 가게를 무르는 일이 없도록.

당구장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썰렁하고 낡은 당구장이었다.
당구장 주인을 만나게 되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노하우라도 전수받고 싶었는데, 건물주인 말이 ‘전 당구장 주인은 월세 삼십오만 원을 수개월 밀렸고, 술 먹고 온 당구장 손님이 날아 차기로 깨어놓은 계단 벽에 붙은 화재경보기 값도 안 물어줬고, 정화조값도 한 번도 낸 적이 없으며 수도세는 말할 것도 없고, 전기요금조차 월세 줄 때 같이 준다고 해서 끊기기 직전에 대신 내어주었던 터라 이래저래 정산하면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을 때가 된 것이 석 달 전이고 그때쯤 나가서는 안 보인다' 라고 말해주었다.


“아.. 예... 그럼 권리금은 얼마인가예?”


부동산 사장과 건물 주인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 아. 그래 권리금. 쪼끔 있지.”


부동산 사장이 대답과 동시에 뒤통수를 보이며 건물주 문사장 팔을 잡고 묻는다.


“문사장 권리금 이백만 원이라재?”
“예? 아 예. 행님 그렇지예. 그거는 행님이 잘 알아서 해드리소. 고마. 얼른 나가는 게 좋지.”


그 말에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했다.


“그라모 권리금은 내가 절충해 줄 테이까네 다른 사람 하기 전에 퍼뜩 계약하소. 여가 빈 지는 오래됐지만 전세기간이 남아가 광고를 안 해가 글타카이. 점포세 붙이모 금방 나가지”


부동산 사장이 재촉한다.



“두호야 어떤노?”


내 유일한 조력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뭐 게안네. 당구다이도 여섯 개고. 당구대 한 개 백만 원이 넘는데 게안은 거 아이가?”


내 유일한 조력자가 내게 되묻는다.

벼룩신문에 나와 있는 당구장을 요 며칠 새 몇 군데 봤었지만, 나름 깨끗하고 장사 좀 되는 곳은 권리금이 몇천만 원이었고, 월세도 백만 원이 다 넘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것도 운명이리라. 하고 전세 사백오십만 원 월세 사십만 원에 그 당구장을 1년 계약해 버렸다.
오백에 사십만 원이었으나 권리금 줄 돈이 빠듯하다고 부탁했더니 깎아주었다.
전에 있던 사람처럼 월세도 삼십오만 원에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5년째 월세를 안 올렸으니 새사람 올 때 올려야 한다고 했다. 건물 주인에게 5년간 월세 동결 혜택을 내가 받은 것은 아니지 않냐고 했지만, 앞으로 5년간의 동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권리금은 백오십만 원을 줬다.
부동산 사장이 갖고 있다가 당구장 주인에게 연락해 줄 것이라 했고 나는 부동산 사장에게 전 당구장 주인 오면 가게에 함 들리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부동산 사장은 부동산 소개비를 십오만 원만 달라고 했다. 건물 주인에게는 삼십만 원 받을 것이니 주인한테는 말하지 말라고도 했다. 나는 재차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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