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텔레비전에 정재승 뇌 과학자가 나와서 흥미로운 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뇌를 MRI 찍으면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그 사람의 성격과 직업을 모두 알아맞힐 수 있다고 했다. 신기했다. 나도 잘 모르는 나를, 뇌가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니, 마음을, 아니 뇌를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많이 있겠지만, 내가 가장 손쉽게 하는 방법은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5년 전부터는 양손을 사용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지금도 양손을 사용 중이다. 최근에 대학원 수업 부교재로 읽게 된 『다시, 책으로』라는 책에서도 몰입하며 책을 읽는 행위가 얼마나 ‘뇌’ 회로를 새롭게 재구성시키면서 사람의 공감력과 사고력을 높여주는지 말해 주고 있다. 과제를 위한 책이었지만, 어찌나 몰입해서 읽었는지, 내 뇌를 촬영했다면, 아마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쓴 매리언 울프는 인지 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이며,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저자는 인간의 문해력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습득해서 얻을 수 있는 문화적인 것으로, 호모 사피엔스만의 능력이라고 했다. 2009년에 발간한 『책 읽는 뇌』에서는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습득한 인쇄 기반의 ‘능숙한 독자-읽는 뇌’ 회로가 급격히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면서 인쇄 기반 문화가 구성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나 개인적 성찰, 상상, 공감 같은 느린 인지 과정들이 제대로 형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계속해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깊이 읽기 / 디지털 연쇄 가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아침부터 잠잘 때까지, 몸 일부가 된 스마트폰을 보면서 자극적으로 쏟아지는 정보와 가상세계에 함몰되어 ‘뇌’를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많이 노출될수록 가족 간의 대화는 없어지고, 사회적으로는 주의 과잉, 계속된 주위 분산, 환경에 의한 주의 결여와 같은 현상들이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디지털 기반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맞춤법을 무시하는 줄임말/신조어 확대, 문장이 짧아지면서 행간을 읽어내는 사고력의 부재도 같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깊이 읽기-읽는 뇌’ 회로의 가소성이 약화되면,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의 힘이 약해지는 개인이 많아지고, 사회적으로는 거짓된 정보들에 휘둘릴 수 있는 비판적 사고의 부재가 만연하면서 민주주의 사회 기틀이 흔들릴 수도 있게 된다고 한다.
“한 사회의 좋은 독자들은 구성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카나리아(광산의 카나리아-위기를 사전에 알려주는 존재)이자 인간성의 수호자입니다.” p.299
그리고 저자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기반 문화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어린 독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깊이 읽기-읽는 뇌’ 회로를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부모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하고 있다.
1. 0살~2살 : 디지털 기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기,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하며 책 읽어주기
2. 2살~5살 : 매일 책을 읽어주고, 매일 밤에 이야기 들려주기
3. 5살~10살 : 먼저 인쇄 매체를 중심으로 ‘읽기 뇌’ 회로 만들어주기
4. 10살 이후~ :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 사이를 능숙하게 오갈 수 있는 ‘양손잡이 읽기 뇌 만들기’
전자책이 대두되면서 ‘종이책’의 종말을 고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은 ‘깊이 읽기-집중력’이 높은 인쇄 매체가 우세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 기반 문화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만들어갈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볼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쇄 매체를 기반으로 한 ‘느린 책 읽기’가 얼마나 우리 뇌를 기쁘게 하는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디지털 기반 문화를 살아가야 하는 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균형 있는 ‘독서 교육’을 해나가야 하는지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다시, 책으로』 깊이 읽기를 하면서, 지역 사회에 이로운 독서 교육 전문가로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4월의 아름다운 봄날, 잠시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푸르른 나무 아래서 ‘느린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소중한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