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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보고 도서관에서,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기

생성 인공지능과 인문학 르네상스

2022년 11월 30일, 생성 인공지능 챗GPT가 나타났다. 세상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여파로 얼마 전에 청소년들과 ‘인공지능과 인문학’이란 주제로 토론할 자리가 생겼다. 나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공지능’이란 주제가 버겁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인문학’이라는 또 다른 주제가 있었기에 선뜻 자리에 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인공지능’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때 제일 먼저 골라 읽은 책이 이 『AI 빅뱅』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쓴 김재인 교수는 과학 기술에 해박하면서도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철학자로 현재,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나에게 인공지능이라 하면, 2016년의 천재 바둑 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이 먼저 떠오른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숨죽이며 텔레비전으로 세기의 대결을 지켜보던 그때, 알파고에 4:1로 지고 수심이 가득했던 이세돌 9단의 얼굴과 떠들썩했던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바둑에 별로 관심 없던 나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에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023년 현재의 내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인공지능을 실감하는 정도는, 인터넷 검색창에 관심 있는 단어를 검색했을 뿐인데, 그 관련 주제가 연일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컴퓨터의 은밀한 관찰에 당황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이런 내가, 청소년들과의 토론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생성 인공지능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챗봇 형태로 운용되면서 우리가 매일 카카오톡이나 메신저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질문 창에 궁금한 것을 적으면, 인공지능은 아주 놀랍도록 자세하게 답글을 적어 준다고 한다. 아는 선배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챗GPT에 실험 삼아 졸업 소감을 써 달라고 했더니, 본인보다 더 구구절절 실감 나게 소회를 늘어놓는 것을 보면서 너무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공지능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겠다는 절박함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앞으로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수행한 결과를 감별하고 수정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적인 안목을 갖추어야만, 사회에서 주체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부천은 ‘인문학의 보고’ 도서관이 많은 곳이 아닌가. 책을 지루한 매체로 여기면서 자극적인 공간으로 발을 슬금슬금 옮기는 사람들에게, 근처 가까운 도서관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면서 책을 통해 나만의 전문성을 높이고, 내 안의 생각을 글로도 표현해 보면서, 보다 ‘나다운’ 인문학적 사람으로 함께 성장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열심히 권하고 싶다.      


글쓰기는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과정이다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

“챗GPT가 인간에게 던진 숙제는 바로 ‘생각하는 힘’이 놓이게 된 새로운 조건이다. 글을 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생각이다. (…) 글쓰기는 문제의 발견, 데이터 처리와 종합, 플러스알파의 추가, 멋진 표현이 합쳐지는 과정이다.”217p.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인공지능예술가인가요?

저자는 “인간은 자신을 ‘인간’, 즉 평가하는 자라고 부른다. 평가는 창조이다. (…) 그대 창조하는 자들이여! (…) 평가를 통해 비로소 가치가 있다(57p.).”라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여 인간의 입력 언어에 의해서만 작품을 구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예술을 위한 도구일 뿐이지, 선별과 평가를 할 수 없기에 창작 주체는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동화도 쓴다는 인공지능에 막연한 반감을 느끼고 있던 나는, 새삼 스스로 내 삶을 결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창의력은 개인적인 동시에 집단적인 활동이다. … 자기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 공동체 안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연령과 젠더를 불문하고 다른 성원들과 협력하는 것이 우리의 패턴이다. 이 패턴은 혁신, 공유와 가르침, 갈등과 도전, 소통과 복잡성으로 이루어지고 실패도 포함된다.”197p.    


확장된 인문학으로협업을 위한 융합 교육

사서로 일상을 살아가면서 요즘 가장 안타까운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아주 부족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미디어 시대를 맞아, 옆에 두루 맛있고 건강한 영혼의 양식인 책을 두고도, 뇌 발달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은 손 안의 작은 스마트폰 세상에만 목을 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창의적 뇌 발달’을 도와주는 독서교육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학교 총장 조지프 아운은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지향점으로 ‘인문학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전인교육 모델인 인간학(기술+데이터+문해력)을 말하면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습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 공부해야만 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최첨단 과학 현실을 말해 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되려 컴퓨터도 없고, 사교육도 없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도시였지만, 근처에는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한 천(川)이 있었고, 그 곁에는 버들가지를 쭉쭉 늘어뜨린 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우리가 웃을 때마다 아낌없이 몸을 흔들어 주었다. 요즘 같은 물질적 풍요로움은 없었지만, 한없이 자상한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자연과 함께 성장한 그 기반이 지금의 내 인문학적 삶을 준비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와 끝없는 경쟁, 물질의 소유 여부로 친구를 가리기도 한다는 이 시대의 아이들은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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