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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털풍뎅이 Mar 12. 2022

찌질한 아저씨의 실패담 메들리(1)

1: 들어가며

들어가며


'혹시 운명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다’ 이기도 하다.

이리저리 빠져나가 보려는 교묘한 대답은 아니다. 팔자라는 것이 어느 면에서는 내 삶이 아주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느 면에서는 나의 몸부림에 마지못해 살짝 길을 비켜주는 느낌이 들 때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인생에서 딱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던데. 

그걸 못하고 허구한 날 크고 작은 실패만 거듭하며 느낀 바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끼니 안 거르고 먹고살고 있다.

아침에 눈떠지는 게 싫어 잠이 깨서도 눈을 감고 있던 때도 있었다. 비련의 주인공인양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난 이야기가 됐고 아직 살아있다.

조금만 돌아보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이야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기구한 이야기는 넘치고 넘친다. 이 이야기는 ‘고작 고까짓걸로 징징대는 거임?’ 할 만큼 별것 아닌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

이 글은 이제 중년에 접어들어버린 한 찌질한 아저씨가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하는 이야기이다. 

피 끓던 청년시절부터 오늘까지 크고 작은 삶의 즐거움과 고단함, 행복함과 슬픔을 겪으면서 얻은 아주 소소한 미립자 단위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만났다. 

겉으로 드러냈던 그러지 않았던, 만났던 모두는 한결같이 저마다의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과 나는 각자의 삶에서 그저 잠시의 시간과 조금의 공간을 공유했을 뿐이었다. 


 거기엔 즐거웠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가슴 뛰던 기억, 화났던 기억, 섭섭했던 기억, 미워했던 기억 등등 수많은 기억이 뒤엉켜있다. 

시간이 지나 흐릿해진 기억은 마치 나는 과거로부터 해방된 양, 단단해진 양 착각하게 만들었지만 나쁜 기억들은 그저 오래전에 묻어두고 모른 채 해왔던 것일 뿐, 옹졸하게도 여전히 안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기억 속의 모두는 -필자를 포함하여- 저마다의 세상에서 나름의 가치관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왔던 것임을 이제와 서라도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리 생각하면 그냥 이리저리 얽혀 살았을 뿐, 지금에 와서 섭섭한 마음도, 화 나는 마음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도 가질 일은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미리 고백하자면, 다양한 실패로 수놓아진 찌질한 반평생의 시간을 되짚어 보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쯤은 많이 정리되었다는 생각에 호기롭게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자만이었고 실수였다.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상처는 여전히 아팠고, 앙금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있었다. 이야기하기 껄끄럽고 조심스러운 부분들도 수없이 만났다. 하도 부끄럽고 쪽팔려서 어떤 부분은 통째로 지워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중년에 들어선 필자 인생을 중간 결산해보고자 함이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여 좋은 기억을 잘 보관하고 나쁜 기억을 잘 털어내면 새로운 마음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혹시라도 누구든 지금 더럽게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이가 있다면, 부디 이 찌질한 아저씨의 고백을 듣고 기운 내시라. 비록 곰 발바닥 같은 손이라 딱히 위로가 안 되겠지만, 등허리 토닥토닥해주고픈 마음만은 진심이다. 


필자의 찌질한 이야기가 양자 반쪽만큼만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거기. 딱히 아저씨 취향 아니신 분들은 살포시 뒤로 가기 버튼 누르시면 되시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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