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누 Jan 07. 2023

우리말 어휘력 사전

박영수/유유출판사

최근에 정말 많이 쓰이는 꼰대는 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흥미롭지 않은가? 옛날에 양반이 하인을 대할 때 거만하게 고개 끄덕이던 행위를 아랫사람들이 '곤댓짓'이라고 했더랬다. 점차 아랫사람들도 흉보면서 그런 몸짓을 배우고 점점 따라 하기 시작하고.. 현대에 와서는 저항심을 가진 젊은 사람이 기성세대를 흉보는 식으로.. 변모했다 뭐 이런 이야기다.


책 제목은 어휘력 사전이긴 하지만 어휘의 역사적 유래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학창 시절 역사를 처음 접했을 땐 굵직한 거시사, 인물중심적인 서사 등을 좋아했다. 요즘은 그런 역사보다는 미시사, 민중사 등을 더 좋아한다. 아무래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라 신선할뿐더러 시대상에 따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감정적으로 더 와닿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용어의 어원 풀이를 중점적으로 서술하는데 마지막에는 용례를 적어두어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쉽게 해 준다. 책에 나온 대부분의 단어들은 모르는 단어보다는 아는 단어가 훨씬 많았다. 물론 그 단어의 어원의 90퍼센트는 전혀 몰랐던 것들이었다. 단어별로 한두 페이지 분량의 어원과 용례가 나오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카페같은 곳에서도 읽기에 좋은 책이다. 어휘와 어원이라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캐주얼하게 풀어낸 저자의 역량과 편집자의 노고가 돋보이는 책. 


내겐 책의 내용보다는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더 중요하다. 구어체와 문어체를 넘나드는 단어선택을 하는 나를 보며 자지러지던 애인의 모습이 떠올라서 고른 책이었기 때문이다. 읽고 나서 그런 습관이 고쳐진 것 같지만 단어 하나하나 맥락에 맞춰 쓰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꽤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나다 순으로 목차가 정렬되어 있기 때문에 알고 싶었던 단어를 발췌독하는 방법도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이다. 읽다 보면 '잉?'스러운 유래도 있고 기억에 잘 안 남는 유래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이 자주 쓰는 단어가 나온다면 그 부분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나 역시 잘 알고 있었던 단어인 줄 알았는데 어울리지 않는 맥락에서 썼던 기억이 난다. 우리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길 권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의 흑역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