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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라야노을
Feb 19. 2022
스웨덴의 겨울, 그리고 축제들
겨울엔 이케아(IKEA)
스웨덴에서는 초겨울인 11월을 "지옥의 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시작된 아침은 오후 3시쯤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슬러시처럼 반쯤 녹은 눈이
흙과
뒤섞여
질퍽한 거리를 만든다.
우리나라처럼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체감온도가 그리 낮지는 않지만,
스웨덴의 겨울이 정말 힘든 이유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이 어둑어둑한 데다,
11월 초부터 시작해서
이듬해 3월 말~4월 초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시간 때문이다.
반조립식 가구회사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생겨난 것도, 길고 어두운 겨울의 영향이 컸을 거라는 얘기가 있다.
실내생활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겨울 동안 조립식 가구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새가구들과 함께 화사한 봄을 맞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다.
스웨덴에서 지내는 동안 해마다 10월 말쯤에 두꺼운 이케아 카탈로그가 배송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럴듯
한 얘기이기도 하
다.
요즘 출퇴근길에, 어깨를 움츠리고 바쁘게 걷는
사람들과 자동차로
북적이는 거리를 보면서, 스웨덴의 겨울이 꿈처럼 생각날 때가 있다.
사무실에서 하얗게 눈이 쌓인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정지해버린 세상에 혼자
가 된
것처럼 그 아득하고 몽롱했던
느낌이
떠오른다.
봄부터 가을까지 축제에 담긴 스웨덴 사람들의 삶
봄 - 발보리(Valvorg) 축제
우리가 짧은 봄에 탄식하며 여름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4월 말~5월 초에 스웨덴의 웁살라(Uppsala)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는 축제를 즐긴다.
축제기간 중 가장 신선했던 행사는 보트 래프팅이
다.
참가신청 팀들에게 스티로폼과 간단한 재료들이 지급되면
한 달 동안 개성있고 재미있는 보트를
만든다.
축제날이 되면, 웁살라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변을 따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앉아, 강 상류에서부터 차례차례 떠내려오는 참가팀의
퍼포먼스를 보며
즐긴다
.
원자폭탄 모양의 보트도 있고, 궁전 식탁처럼 꾸민 스티로폼 보트에 종이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왕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팀도 있다.
래프팅의 하이라이트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보트가 물살이 센 곳을 지날 때마다 부서지는 광경을
보며 다같이 크게 한번 웃는
것이다.
봄이라서 좋은 이유는 단지 밝고 따뜻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겨울엔
바베
큐 파티나 소풍 같은 친목 모임이 없다 보니 거의 매일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지내다가,
단절되었던 지인들과 친구들이 야외에 모여앉아 "함께" 를 즐기는 날이 발보리 축제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길고 어두웠던 겨울이 주는 극적 효과 때문인지 스웨덴의 봄은 유난히도 눈부시고 따뜻했었다.
여름 - 미드
써
머 축제
꽃이 만발하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에는 미드
써
머데이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아이들은 꽃으로 만든 화관을 머리에 쓰고,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기둥을 중심
으로
어린이, 노인, 휠체어를 탄 사람들까지 둥글게 모여 서서 함께 춤추고 노래를 부른다.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의 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많은 다도해여서, 여름에는 보트를 타고 섬과 섬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는 미드 서머 축제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한 섬이 있는데, 이 날은 엄청나게 많은 배들로 가득 찬다.
배가 너무 많아 정박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멀리 떨어진
바다 한가운 데에
배를 놔두고 구명보트를 타고 섬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 날 만큼은 서로 알고 모르는 사이가 중요하지 않다.
이 짧고 소중한 여름을 다 같이 "함께" 즐기면 그만이다.
가을 - 웁살라 9월 축제
9월 말쯤 되면 저녁에는 많이 추워져서, 털모자를 쓰거나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름을 보내기 싫어 몸부림치는 축제가 열린다.
한 여름에 열리는 열정적인 축제를 보는 듯한 의상을 입고 춤추고 있지만, 주변에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미 겨울옷을 입고 있다.
보기만 해도 추웠고, 이미 가버린 여름이지만 아직은 놓아줄 마음이 없는 아쉬움이 느껴져서 안쓰럽기까지
하
다....^^
웁살라 성 앞에 다 같이 모여 불꽃놀이를 보면서 축제는 끝이 나고.... 여름도 끝이 난다.
곧 다시 이케아 카탈로그가 날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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