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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Apr 18. 2023

이집트 여행 #1

시드니에서 아부심벨까지 전지적 인솔자시점

시드니의 2월은 학생들은 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하고, 직장인들 역시 일터로 돌아가는 때이다. 다들 공부하고 일하는데 나만 놀러 가니 더 좋다. 낮시간에 도로도 한산해서 쏜살같이 달리고 신호등의 파란불도 잘 다녀오라고 하이파이브하는 것 같다. 고대하던 고대 이집트, 요르단 출장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항에서 부모님 연배 되시는 교민분들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신다. 가이드행사를 많이 해서 처음 만나는 얼굴도 별로 긴장이 안되는데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시드니 교민 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의 20년 누구한테 잘못한 것 없는지 다시 옷고름새를 매만지듯 잠깐 자기 검열을 해본다. 교회 자매의 마음을 훔친 거, 웃음을 헤프게 쓴 거, 연애하다 헤어진 거 빼놓고는 별로 걸리는 게 없다. 특히 금전관계는 모아둔 돈도 없어서 빌려주고 못 받은 것도 없고, 번 만큼만 썼기 때문에 남의 돈 사기 친 적도 없이 아주 깔끔하다. 

시드니에서 얼마 전 월드컵이 열렸던 BTS 정국의 나라, 카타르까지 14시간을 비행 후 경유해서 4시간 후 이집트 카이로까지 3시간 총 21시간이면 하루종일 꼬박 비행기에서 살아야 된다. 옆좌석에 앉은 분이 월남전쟁 다녀왔다가 당시 한국 대기업, 목재상에서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근무하다가 호주로 초창기 이민오신 C집사님이었다. 70 중반인데 건강, 가족, 사업, 교회등 어느 관점으로 보나 성공하신 분이시다. 하나의 애기가 넷플릭스 한편 분량은 족히 되어 영화 보다가 C집사님 애기 들고 시간이 나름 잘 흘러간다. 지금 생각하니 시드니 교민 역사가 1970년대부터 해서 50년인데 그의 이야기(his story)를 듣고 한 남자의 역사(history), 또 교민역사를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카이로에 도착하여 한국어를 잘하는 현지 이집트 가이드를 만나 올드카이로 투어를 떠났다. 성모마리아와 요셉이 아기예수를 데리고 피난을 왔다는 동굴교회, 로마의 감옥 위에 지었다는 공중교회, 그리고 모세가 출애굽기전에 마지막으로 기도를 올렸던 모세교회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아스완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밤늦게 아스완에 도착하였다. 30시간 만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나일강 위로 보름달이 떴고 밤하늘은 깜깜하였고 공기는 시원하였다. 역시 북반구 중동이라지만 아직 겨울이었다. 


겨울밤은 생각보다 짧았고 아침 일찍 아스완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아부심벨로 간다. 차량이동시간이 시간 죽이기, 아까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유능한 가이드일수록 이 시간을 잘 쓴다. 다른 말로 이 시간을 가이드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가이드 역량을 가늠할 수도 있다. 우리 현지 가이드는 10분 정도 일정과 이집트 역사 얘기하더니, 할 말이 없는지 좋아하는 노래 없느냐고 묻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라며 마이크를 자기 휴대폰에 갖다 댄다. 이집트 사람이 한국말 배워서 하는 게 고마워서 이쁘게 봐줄라고 했더니만 이런 젠장! 이 가이드 나한테 찍혔다. 


이럴 때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집트 처음 간 인솔자가 잘 알지도 못하지만 한 달 동안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공부한 고왕국, 신왕국, 현대 이집트 대통령까지 이집트 역사를 40분 동안 썰 풀었다. 다들 연세가 많아서 현지 유심을 사서 휴대폰으로 검색하는 세대도 아니고 인솔자의 어설픈 설명에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지 박수를 많이 주신다. 뭔가 일을 했다는 생각과 현지 가이드를 기선 제업했다는 생각에 바깥 풍경이 더 편하게 보이고 버스 안에서 활력이 돋는다. 창밖의 풍경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근거로 쓰임새와 제작연도를 맞히는 게임 아니 게임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이 주장하면 다른 분들은 자신의 경험을 더욱 강조하여 반론을 하거나 연관 없는 남미의 여행까지 들먹이며 주제를 딴 데로 돌린다. 여하튼 설레어서 잠은 안 오고 버스는 시고 시간은 잘 간다. 


두둥 ~~~ 아부심벨!!! 

이집트 역사상 최전성기라는 람세스 2세의 데신전, 기원전 1250 경이니 벌써 3200년 전 신전이다. 우리가 보는 신전은 아스완댐 공사로 나세르 호수에 수몰될뻔한 신전을 UNESCO의 도움으로 현재의 사암산을 깎아서 새로 이전한 것이다.  그리고 옆에는 람세스의 수많은 여자들 중에 제일 사랑하였다는 네페르타리를 위한 소신전도 있다. 


"만든 놈도 대단하지만 옮긴 놈들도 만만치 않다."


아부심벨이 벌써 아스완에서도 나일강 상류로 300Km 떨어져 있고 현재 수단이랑 가까워 현재도 누비안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영화 <이집트왕자> 나 <출애굽기>를 보면 노예로 일하는 아프라키 사람들이 누비안이고 모세의 고향사람들인 유대인들이 등장한다. 나일강이 주기적으로 범람을 하니 농사가 가능하였고 농사를 함으로써 전문가 계층, 군인, 정치, 지도자등이 탄생하였다는 게 제럴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쇠>에 보면 나온다. 그리고 도시가 형성되고 건조한 모래사막이라 전염병도 적었을 테고 지리적으로 북쪽의 지중해 남쪽에는 사하라사막 동쪽에는 시나이반도의 길목만 잘 관리하면 국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아부심벨을 보고 인류문명의 탄생과 <총 균쇠>와 <지리의 힘> 그리고 유튜브의 많은 지식인들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지만 3000년의 시간의 무게를 이긴 돌덩어리를 보고 있으면 압도적인 감동이 밀려온다. 사진이나 글로도 표현이 잘 안 되는데 그래서 여행을 다니는가 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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