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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Feb 14. 2024

시드니의 봄

1.0 피어나는 꽃같은 20대에게 

남반구의 봄, 호주의 푸른 하늘 아래 자카랜다의 보랏빛이 펼쳐진다. 건조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도래함에 따라 자카랜다는 거리를 진한 보랏빛으로 수놓는다. 시드니 대학교 앞마당의 자카랜다 아래, 학생들은 오래된 전설을 속삭이며, 꽃잎을 피해 걷는다. 그들에게 봄은 시험의 계절이며, 꽃잎을 밟는 것은 불운의 전조로 여겨진다. 본다이 비치에서는 타즈만 해를 배경으로 한 조각품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남극으로 향하는 고래들이 바다 위로 지느러미를 들어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한국의 봄은 다르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을 털어내고 개나리, 철쭉, 벚꽃이 만발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 감돈다. 이때, 나는 20살, 서울로 올라와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의 봄, 그것은 내 인생에서 또 다른 봄이었다. 세상에 대한 무지와 함께,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시간. 나는 그때의 나와 모든 젊은이들을 시드니의 봄으로 초대하고 싶다. 장밋빛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던 그 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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