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주니어가 꿈입니다만!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제목부터 반어법스러운 이 책을 읽고, 지금 우리는 양면성이 있는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싫지만, 일은 잘 하고 싶어 한다. 너무 유명해지긴 싫지만, 조금의 관심은 즐긴다. 나가서 노는 것도 좋지만, 또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양분화된 개념들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아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반대어라고 명확히 집어낼 수 있는 언어도 없을 뿐더러, 사람이란 몇 가지 단어로 집어내기 힘든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뾰족하면서도 둥근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뾰족함'이란 단어를 처음 유심히 살펴본 건, 모 기업 인턴 자소서를 쓰면서였다. 그들이 추구하는 역량 중 뾰족함이 있었고, 여태껏 둥글다는 말만 잔뜩 들어온 나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주 논리적으로 말하는 힘이 필요한가? 혹은 상대방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뾰족함이란 과연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알아보니 그들의 뾰족함이란 '자신만의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지속 개발하는 역량'이었다. 내가 아주 단단한 오해를 하며 살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당시 그 회사에 합격은 했지만 조금 더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입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뾰족함과 둥금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큰 경험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보통 일이란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인간관계에서 엇나가기도 쉬웠다. 둘 중 하나의 협의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데 취직해서 일을 하다보니, 직장에선 그 협의점을 찾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일을 하기 위한 곳이니 뾰족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활동과는 다르게 오래, 그것도 거의 매일을 봐야할 사람들이다 보니 둥글기도 해야 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금까지 찾은 베스트 방법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걸 좋아하고 누군가는 이런 걸 비교적 부담스러워하니, 서로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트레이드하는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하얀 테이블' 덕분이었다. 일을 하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우리 파트 가운데에 있는 하얀 테이블로 하나 둘 모였다.
의견을 얘기해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사고를 알게 된다. 가끔 내가 골치 아파하던 문제를 누군가가 명쾌하게 해결해줄 때면 정말 행복해진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동료와 함께 일한다는 건 너무나도 좋은 일이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칭찬을 건넬 수도 있고, 때로는 나의 강점도 발견하게 된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계속해서 뾰족함과 둥글둥글함을 가지고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뾰족한 사람과 둥근 사람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기로 했다.
뾰족한 사람
= 나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사람
= 계속 일의 why를 묻는 사람
= 일로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
뾰족함의 포인트는 '전문성'이 아닐까? 지속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why'에 대한 문답을 이어가고 싶다. 그리고 일로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1년 동안에는 나의 강점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역량찾기는 자소서 쓸 때 끝날 줄 알았는데, 웬걸 일꾼으로 살면서는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강점 관련해서 최근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이란 책을 추천 받았다. 예전엔 몰랐는데 '커뮤니케이션'도 일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큰 강점인지 깨닫고 있다. 그런 것처럼 나도 몰랐던 강점의 개념들을 찾아갈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둥근 사람
= 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사람
=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
= 인생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아직 주니어다 보니 아무래도 받는게 더 많다. 같이 일하는 분들의 경험과 배려를 받는다. 무조건 이해를 해야지 일을 할 수 있는 타입이라 의문도 많이 던지는 편이다. 그때마다 열심히 이해시키려 여러 방면으로 애써주시는 점에 감사하다. 그만큼 나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일 하다보면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 조금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문제들도 발생한다. 사실 한 달도 아니고 하루 이틀 지나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일이 대다수이다. 그런 것엔 뾰족함이랍시고 감정을 앞세우지 말 것!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자.
연휴로 일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김에 해본 회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