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니저님이랑 일하는 거 즐거워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는 것

by NAIN

"저는 매니저님이랑 일하는 거 즐거워요!"

"아, 정말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나는 엄청난 내향인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전화와 미팅이 일상인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낯도 가리고 입에 발린 소리도 못하는 성격이라 파트너사와 소통하는 게 가장 어렵고 또 힘들었다. 통화를 하기 전에는 메모장에 인사부터 끝맺음까지 멘트를 잔뜩 써놓았다. 그걸 몇 번을 속으로 읽어본 후에야 겨우 전화기를 들 수 있었다. 책상 위 전화기가 울릴 때면 과연 누가 어떤 용무로 전화를 했을지 두려워 가슴이 쿵쿵 뛰었다. 가끔 대답을 잘 못하겠으면 메일로 답변드리겠다 하고 급하게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장 좋아했던 일 역시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업무 특성상 파트너사의 성격이 다양하다. 완구, 식품, 의류 등 다양한 산업군의 종사자 분들과 미팅을 자주 했다. 그들이 말하는 그쪽 업계의 이야기와 우리가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를 상상해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건 나와 상대방 실무자 분의 신뢰가 쌓였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 회사 대 회사의 파트너십이지만, 어쨌든 실무는 개인 대 개인이 하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파트너사와 업무가 잘 안 풀릴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럴 때 힘이 되는 것 역시 상대방의 한 마디이다. '업무에 노고 많으십니다.', '친절한 00 씨. 고마워요!', '늘 많은 도움 주심에 감사합니다.' 등. 정말 상투적인 비즈니스 언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자라나는 시무룩한 주니어에겐 정말 큰 동력이 되는 말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나를 즐겁게 했던 말이 있다.



저는 매니저님이랑 일하는 거 즐거워요!



당시 가장 공수가 많이 든 큰 프로젝트가 있었다. 시간도 워낙 타이트했고, 다른 프로젝트보다 공수가 3-4배는 들어갔다. 그 업무가 거의 마무리되고 뒤에 후처리 작업만 남았을 때 파트너사 분이 해주신 말씀이다. 당시에는 웃으며 그렇다면 다행이라고 넘겨버렸지만, 지금까지도 마음 한편에 이 말이 남아 있다. 파트너사와의 프로젝트를 매니징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찌 보면 소통하기 즐겁다는 건 최고의 찬사였다.


예전에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나만의 역량이나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회사란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능력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결국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내외부적으로 함께 일 하고 싶은 사람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이게 되는 것 같다. 업무적으로 소통이 잘 되거나 상대방에게 필요한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방법을 아는 사람과는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을 것이다.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지만, 그 이전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영업'이라는 직무를 꺼려했다. 단순히 여러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쌓아야 하는 일이 성격 상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 영업 또한 내 일의 일부였고, 대부분의 직무에도 영업이 조금씩 스며들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소통은 여전히 늘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지만, 또 가끔은 이런 나의 차분함과 배려가 '함께'의 기회를 만들어 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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