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하고, 평가받고

저는 얼마짜리 직원인가요?

by NAIN

우리는 시시각각 일상과 사회 속에서 '평가'를 주고받는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타인부터 매일같이 만나는 회사 동료까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런데 '평가'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을 때, 두 가지의 의미에서 새삼 놀랐다.


평가

1. 물건값을 헤아려 매김. 또는 그 값.

2.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


값이라는 수치적이고 정량적인 기준이 가치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에 '사람'은 없었다. 평가하는 대상이 '사람'인데, 그곳에 우리는 없었다. 혹시나 싶어 동사로 찾아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가하다

1. 물건값을 헤아려 매기다.

2.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하다.


첫 연봉협상을 했던 때가 떠오른다. 처음이라 떨리기도 했지만, 과연 지난 1년의 노력이 얼마나 반영될 것인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초봉이야 회사 내규상 정해진 것이긴 하지만, 그 후의 연봉은 나라는 사람을 인적 자원으로 보았을 때 가치를 증명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특성상 직급이 없어 더더욱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일종의 확실한 보상을 원했었다. 나를 제외한 우리 파트 분들이 계속 바뀌면서 개별 업무를 하면서 다른 분들의 업무를 지속 서포트하는 것이 물리적이나 정신적으로나 신입에겐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름의 염원을 담아 연간 리뷰를 성심성의껏 썼고, 몇 주 뒤 본부장님과 미팅을 했다. 연봉협상 계약서를 받았고, 내가 이번 1년 동안 받게 될 연봉이 적혀있었다. 기대치보다 높은 액수가 적혀 있었다. 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아 그에 맞는 연봉 인상률과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물질적인 만족감도 있었지만, 그간 노력을 알아주었고 반영해주셨다는 점에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인센티브로 받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이냐부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이 정도의 인상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등... 처음엔 행복한 고민인 줄 알았으나 생각할수록 바보 같았다. 내가 일해온 것을 이렇게 돈으로만 보상받길 원했던 걸까? 그 외에 스스로 줄 수 있는 가치적인 측면에서의 보상을 없을까? 만약 기대보다 낮은 상승률을 통보받았더라면 내 가치가 깎이는 것일까? 이런 근본적인 자문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평가'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니 더욱더 현타가 왔다. 그저 괜찮은 '물건값'으로 평가받기 위해 일해왔던 것은 아닐 텐데... 그럼 난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어렴풋이 떠오르는 키워드가 몇 있으나, 잘은 모르겠다. 대학교 때는 오히려 사비가 들어가더라도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일들을 해왔다. 금전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나를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사람으로부터 얻는 신뢰감과 안정, 가만히 있었으면 얻지 못했을 성취감 등.


어느덧 돈을 벌게 되고 반 정도 경제적 자립을 하게 되며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여전히 돈이 가장 1순위는 아니지만, 조금씩 다른 가치들이 돈에 눌려 가려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아주 아득히 사라져 버리면 어쩌나. 사실 돈이 1순위가 아니라는 것도 애써 모른 척 진실을 덮어두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지 않은 물건값으로 평가되는 것보단 낫지 않냐는 생각으로 항상 자문자답은 끝이 난다. 작년부터 투자를 시작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를 하며, 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일시적이고 외부에서 주는 일시적인 행복감보단 내 안에서 스스로 자아낼 수 있는 행복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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