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주니어가 꿈 입니다만!
진로에 대해 생각할 때 이상하리만큼 ‘스타트업’에 집착했다. 스타트업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멋져 보였다.
스타트업에 대한 첫인상은 이랬다. 굉장히 목적 지향적이고, 관계 친화적인 집단. 대기업에서는 개개인의 목적이 결여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한 번도 대기업을 다녀보지 않아서 쉽게 말하기 어렵지만, 대학생 입장에서 봤을 땐 그랬다. 서류에, 필기에, 각종 면접을 거쳐 치열하게 들어간 곳에서 목적을 잃으면 얼마나 허탈할지 생각해보았다. 성취와 의미가 무엇보다 중요한 나에겐 영 맞지 않았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멋진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바로 ‘내가 없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 말이다. 개개인이 목적을 가지고, 일의 why를 아는 집단에서 일하고 싶었다. 컴팩트한 인원이 모여서 일하기 때문에 1인분의 몫이 중요하고, 맡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같은 일을 주더라도 다른 결괏값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진짜 내 일을 하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그 후로 4개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다. 첫 번째 회사는 30명 규모의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이었다. 자유롭고 인턴이었지만 내 의견이 충분히 수용될 수 있는 문화가 좋았다. 그리고 맡은 직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처음엔 마냥 좋았다. 하지만 결국 인턴 나부랭이에겐 사수가 필요하단 점을 깨닫고 말았다. 나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았기에 아무리 배우고 성장해도 나는 나였다. 어딘가로 계속 흘러가지 않고 그 자리에 정체되어 배회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분명 성장하는 워커가 되고 싶어 스타트업을 선택했는데 말이다.
그다음은 학교 산학 인턴으로 100명 규모의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다. 놀랍게도 겉에서 바라보는 젊은 분위기와 달리 젊은 꼰대 문화가 퍼져 있는 곳이었다. 겨우 2개월 근무하는 동안 내가 속한 팀의 팀장을 제외한 정규직 분들은 모두 퇴사를 하셨다.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다음에는 첫 인턴을 했던 곳 팀장님께서 새로 마련한 곳에서 5개월 정도를 초기 마케터로 함께 했다. 여전히 일은 즐거웠으나 혼자 고민하는 것이 외로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기업의 답답함과 질서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여러 고민의 끝에 누구나 들으면 이름을 아는 이미 성장했거나, 성장 궤도를 달리고 있는 스타트업에 가고자 결심했다. 초기 로켓에 타는 과감한 행동은 조금 더 커진 나와 함께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적당히 배우면서, 적당히 스스로 생각도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다행히 네 번째 인턴에서 그런 회사를 만날 수 있었고, 운 좋게 정규직 전환이 되어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일단 내가 속한 조직의 단위가 커졌고, 통제와 자율 사이 그 어느 지점에 있다.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생각의 우주를 만나는 것이 흥미롭다. 그런 중에 주니어에게도 큰 프로젝트를 맡겨 주시고, 또 스스로 제안할 기회를 눈치 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즐겁다.
물론 아무리 스타트업이라도 회사는 회사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상위에 존재한다. 그래도 지금 회사와 조직에서는 그 목적 아래 세부 지향점은 스스로 설정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나의 성장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무엇보다 PM을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회사 안에서 내가 제일 잘 알고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프라이드가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부담감은 함께 가지고 가야 할 숙제이자 책임감이다.
이 땅의 모든 주니어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