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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Jan 29. 2023

잘못 산 캔디가 해준 말

되돌릴 수 있는 한 가지

“아휴, 아직도 기침해?”


작년 11월 찾아온 감기는 새해가 되어서도 방 뺄 생각을 하지 않고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일반 감기약은 물론, 진맥을 받고 지어 온 한약을 먹어도 떨어질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감기에 그게 좋다는데, 주문해 봐.”


   어머니는 감기와 이별할 결심만 할 뿐, 도무지 헤어지지 못하는 아들을 보시곤 주변에 감기에는 뭐가 좋은지 수소문하신 모양이더라. 갑자기 전화를 하셔서는, ‘프로폴리스 캔디‘라는 게 있다고 했다.


“원래 감기는 면역력 떨어져서 생기는 거야. 이게 면역력에 좋대! 얼른 주문해!”


   계속 버티다가는 감기보다 내가 먼저 나가떨어질 것 같아서 그 좋다는 캔디를 주문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퇴근하자마자 박스를 열고, 포장을 개봉했다. 얼른 먹어야 빨리 이 지긋지긋한 감기와 이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에? 원래 이만한가?”


   그 좋다는 캔디는 터무니없이 작았다. 프로폴리스라는 게 귀해서 이렇게 찔끔찔끔 작게 만든 걸까, 아니면 이게 적당량이라서 이렇게 작은 걸까? 혼자 중얼거리며 캔디를 녹여 먹던 그 며칠 새였다.


“아… 어쩐지…”


   우연히 포장지를 보다가 맨 위에 ‘미니’라고 쓰인 글씨를 발견한 건 그때였다. 캔디를 구매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상품 설명란에 ‘미니 사이즈’라고 쓰여있다. 원래 캔디가 작은 게 아니라, 내가 미니 사이즈를 사서 그만한 사이즈의 캔디가 온 거였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캔디한테만 오해를 한 게 아닐 거라고. 제대로 설명란을 보지 않고 미니 사이즈를 주문했던 그날처럼  다른 사람을 오해하고, 혼자 착각하고 화를 내고, 불평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았다.


   잘못 산 캔디는 되돌릴 수 없지만, 잘못 한 인간관계는 되돌릴 수 있다. 깨달았을 때 다시 돌아가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내가 오해했었다고 솔직히 말하면 되돌릴 수 있다고. 어느 날 잘못 산 캔디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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