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문 터진 물건 10
"너 이탈리아에 가본 적 없지"
"알면서 뭘 물어?"
"거기 가면 피사의 사탑이 있어."엄청 유명한 건물인데 그 이유가 너무 웃겨. 넘어지려고 해서 유명하대 ㅋㅋ
엄청 크고 무거운 돌로 된 건물인데 기울어져서 넘어지려고 하면서도 안 넘어지고 있으니까 아슬아슬해서 유명하대 "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랑"
"엄청 상관있어. 잘 들어"
"사람들이 우리를 자꾸 피사의 사탑이라고 부르잖아. 난 도무지 그게 부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거야. 너도 그렇잖아. 내가 뭐 피를 싸질렀나? 하고 둘러봤다니까. 그런데 어느 날 그 의문이 확 풀렸지.
델레비전에서 피사의 사탑 어쩌고 하는 거야? 귀가 뻔쩍했지. 얼른 눈을 부릅뜨고 봤는데 우와 진짜 우리랑 완전 닮았다니까. 완전 완전 똑같아. 동생아. 왜 우리를 그렇게 부르는지 알게 된 거야. 우리가 피사의 사탑인 게 확실해졌어."
"그치만 뭔가 찝찝하고 이상해 형,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우린 이렇게 가만히 서있는 탑이 아니었던 거 같아 "
"아니, 나도 그랬거든 그런데 티비를 보고 바로 의심이 없어졌어. 내 말을 믿어. 우리는 피사의 사탑이야. "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에서 노래가 나왔다
갑자기 몸이 출렁이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 아 잠깐, 잠깐, 뭔가 기억이 날 것 같아. 우린 상어 아니었을까?"
"저 노래를 들어봐 - 저절로 몸이 움직이잖아, 저 바다를 봐."
" 바다!! 맞다. 바다!! 우린 상어였어!!"
"그런데 재들이랑 우린 너무 다르게 생겼어"
"그럼 우린 상어가 아닌가?"
" 어딜 봐도 우리랑 닮은 데가 없어ㅠㅠ"
"생각을 해보자. 저봐, 상어는 원래 엄청 크잖아 - 우리는 상어의 한 부분인 것 같지 않아? 그런 거 같지!!"
" 그럼, 우린 상어의 머리?"
"입? 아니야, 눈? 꼬리?-"
" 야, 야!! 알겠어. 우리 생긴 모습을 잘 봐봐. 너랑 나랑 이렇게 붙이면 딱 맞지? "
"그렇다면 우리는 상어의 척추 뼈? "
"와- 맞다 맞네! " 우린 상어의 강하고 멋진 척추였어."
"우리에게도 가족이 있었나 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있었어"
"당연하지 넌 기억이 안 나니? 너 할아버지 할머니께 귀여움 엄청 받았어. 그래서 버릇이 좀 없었지"
" 형 그럼 우린 어떻게 여기 왔지?"
"잠깐만 -- "
기억을 떠올리려 애쓴다.
"아아 나, 기억이 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사냥을 나왔어.
모두 다 우리가 나타나면 잡힐까 봐 엄청 무서워해"
"그날도 모두 우리를 보자 도망치고 난리야. 너도 기억나지
바위굴 아래로 후다다닥 숨는 애들"
"우린 바다의 사냥꾼이라서 무서울 게 없었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사냥은 언제나 성공이었어"
"오예- 마구 흔들어!! 우린 도망간 물고기들의 노래에 신나서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인간의 그물에 걸리고 만 거야 너랑 나랑 둘이만- 급속 냉동실로 던져진 뒤 그다음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어서 그래 , 조심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제일 센 사냥꾼이라고 너무 잘난 척했어. 더 잔인한 사냥꾼이 있다는 걸 모르고 "
"형아 바다로 가고 싶다. 엄마 아빠 보고 싶다"
" 이제 우리는 바다로는 갈 수 없어. 가도 헤엄칠 수도 없어. 그래도 우리가 상어라는 걸 알았으니 기억을 되살릴 수는 있어. 안 그랬음 평생 피사의 사탑인 줄 알알을 거야.
뼈도 못 추린다는 말 알지? 대부분 인간에게 잡히면 뼈도 못 추린대 - 그런데 우린 뼈라도 이렇게 멀쩡하게 남아 있잖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피사의 사탑이라는 별명도 얻고."
"싫어! 난 상어 할 거야. 피사의 사탑 따윈 필요 없어. 우린 뼈만 남아있어도 상어야!! "
"그래 우린 상어지. 멋지게 바다를 헤엄치던 생각을 떠올려봐. 그런데 그 상어들이 모두 피사의 사탑을 장착하고 깊은 물속을 헤엄쳐 다니고 있다고 상상해 봐 진짜 멋지다."
"형, 나 아까 그 노래 다시 또 듣고 싶다. "
"우리 같이 해볼래? "
"형아,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나와 "
"너무 좋아서 그런 거야. 동생아 우리 바다에 있을 때처럼 신나게 춤추면서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