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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말하지 않는다

어린 詩 1

by 신정애

어린 詩

아이들은 말하지 않는다

소리친다.

그냥 말이 소리치는 것이고

소리치는 것이 말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더 큰 소리를 치며 이야기를 한다.

처음의 말이 소리로 변하는 시점 이후부터는

다투어 점층적으로 더 커져간다.

비례하여 즐거움이 증폭되고

웃음소리가 효과음으로 여기저기 터진다


나는 그 소리 속에서 고립되어 어쩔 줄을 모른다.

소음의 카오스에 빠진 사람은 나뿐이고

나머지 23명은 소리와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에너지의 교류로 스파크가 일고 힘이 차오른다

하나도 안 시끄럽고 너무너무 재미있어 미칠 지경이다.


나도 그렇게 재미있고 싶어서 말하지 않고 소리를 쳐본다

이상하게 내 소리는 소리 속에 못 들어가고

따로 겉돌다가 튕겨져 돌아온다.

내 소리는 아이들 소리 바깥에 있어 아이들은 아무도 못 듣는다.


외로워진 나는 한 참을 기다렸다가

얘들아 이제 공부하자.

조용한 그 말이 소리 속으로 파고들어 한 아이의 귀에 들어간다.

아이가 소리친다.


" 야 야야. 선생님이 조용히 하래“


선생님은 소리치지 않고 말해야 아이들은 그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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