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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말 문 터진 물건 28

by 신정애

세상에 이게 뭐지?

빨간 줄무늬, 파란 줄무늬에 눈만 있는 토끼 두 마리가 태어난 거에요.

잠깐 놀랐지만, 보통 토끼와 다르면 뭐 어때?

엄마는 아기 토끼를 정성을 다해 키웠어요.

아기 토끼들은 오물 오물 엄마 젖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랐지만 더 동글납작해지는 듯했어요.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그럼, 뭐 어때? 너무 사랑스러운 내 아기들이야,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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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라자 아기 토끼들이 속상한 얼굴로 물었어요.

"엄마, 왜 우리는 요렇게 납작하게 생겼어요? "

"애들이 납작이라고 놀려요."

"강낭콩 닮았다며 혹시 엄마가 아빠가 콩 아니냐고 해요."


엄마는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별일 아닌 듯 말했어요.

"하하 콩을 좀 닮기는 했다는 건 인정!

납작이라고 놀리는 애들은 아직 뭔가 몰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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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막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였어.

무서운 살쾡이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지나가는 거야.

난 얼른 너희들을 깔고 앉아 숨을 죽였지.

살쾡이가 지나간 뒤 숨 막혀서 죽을까 빨리 꺼냈는데 다행히 숨을 쉬는거야.

잘 버티어준 너희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런데 -그 때 너희들 몸이 납작해져 버린거야.


납작하면 뭐, 어때? 생명을 지켜낸 세상에서 제일 멋진 토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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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엄마, 왜 우리 귀는 등에 붙어서 표시만 있나요?"

"그건, 너희들이 아직 앞 뒤 구별 못하는 아기 일 때

사람들이 귀엽다고 너희들을 내게서 뺏어가려는 거야.

긴 귀가 있으면 잡히기 쉬우니까

엄마가 너희들 못 잡게 귀를 딱 붙여버렸어.

그 뒤로 귀가 등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더라고."


"표시만 귀면 뭐, 어때?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토끼인데. "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엄마는 길고 멋진 빨간 귀를 아기들이 속상할까 언제나 딱 붙이고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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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우린 입이 안 보이나요?"

"너희들이 말을 배울 때였어. 둘이 엄청 말을 많이 하는 거야.

재잘재잘 오물오물 떠들고 놀고 있는데

저쪽에서 사냥꾼이 살금살금 다가오는데 그것도 모르고 까르르 웃고 난리야.

엄마가 너희들 입을 꽉 막았거든

너무 힘껏 막았나 봐. 입이 얼굴 속으로 쏙 들어갔는데 다시 나오지 않았어."


"입이 안 보이면 뭐, 어때? 남을 칭찬 할 줄 알고 이렇게 잘 웃는 토끼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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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런데 우리는 왜 손과 발이 없나요?"

"응, 귀여우려고 몸속에 감춰둔 거지. 엄마도 몸속에 감추고 있잖아."

"하지만 발이 없으니 빨리 달릴 수가 없어요."

"걱정 마, 엄마랑 달리기 연습을 매일 하잖아. 곧 잘할 수 있어질 거야.

겨울이 와도 손발이 시리지도 않고 얼마나 좋으냐."


"발이 안 보이면 뭐, 어때?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토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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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우리는 옷도 없나요? 엄마는 그렇게 예쁜 옷을 입고 있는데."

"노란 꽃도 있고 빨간 열매도 있고 온몸이 꽃밭 같아요."

"맞아 그거야. 봐봐 엄마가 풀 속에 이렇게 앉아 있으면 꽃밭인 줄 알고 속겠지?

너희들 몸에 그어진 줄무늬를 보고 저런 풀잎 무늬가 내 몸에 많이 있으면 우리 아기들을 숨겨 줄 수 있겠다 싶었지. 타투하는 까마귀 할머니를 찾아갔는데 풀만 있음 안 속는다고 꽃 밭을 만들어 주셨어."

"엄마. 그런 거였어요? 많이 아팠겠어요."

"응 째끔-- '따끔' 그정도 "


"예쁜 옷이 없으면 뭐, 어때? 세상에서 제일 마음씨가 예쁜 토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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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우리는 토끼인데 털이 없고 이렇게 매끈매끈 한 거야?"

"너희들이 누구보다 더 깨끗하길 바랐어. 누구랑 같이 있어도 향기롭기를 바랬지.

매일 씻고 닦아 주었더니 다들 부러워하는 매끈한 도자기피부가 되었단다.

비를 맞아도 젖지 않고 너무 매끄러워서 누가 잡아갈 수도 없지."


"털이 없으면 뭐, 어때? 세상에서 제일 깔끔 청결한 토끼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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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진짜 우리는 아주 아주 특별한 토끼네요. "

"그럼, 그럼. 너희들이 얼마나 대단한 토끼인데. "

"애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보고 납작이라고 놀리고, 칫- 나빠. "

"걔네들에게 이야기 해줘야 겠어. 깜짝 놀라겠지? "

"너희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너무나 소중한 아주 아주 특별한 토끼지."


좋아하는 아기들을 보며 좀처럼 서지 않던 엄마의 귀가 잠깐 바로 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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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는 토끼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어요.

착한 우리 아기들을 행복하게 잘 키워야지, 엄마는 다짐했어요.


"우와 - 우리는 정말 행운의 토끼야. 우리 엄마 최고!!

엄마, 엄마 우리 좀봐봐 하하하 "

"납작하니까 이렇게 딱 올라가 놀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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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만 위로 올라가냐, 가위 바위 보해서 위로 아래 정하자."

" 손이 없는데 어떻게 가위바위보를 해-- 아유 "

"그럼 몸으로 하면 되잖아. 윷놀이 처럼. 더 재미있잖아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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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똥꾸를 밀어라, 공격!! "

"야, 엄마를 밀어야지, 내 똥꾸를 밀면 어떡해 -ㅋㅋㅋ"

"그만해, 간지러워 - 항복!! "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 "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토끼들은 많은 것을 배우며 무럭무럭 자랐어요.

신기하게도 아기토끼들은 어른이 거의 다 되었는데도 여전히 귀여운 모습 그대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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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스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든든한 토끼들이 되었지요.

어느 날, 마을로 갔던 토끼들이 소리치며 엄마에게 달려왔어요.


"엄마 엄마 우리 할 일이 생겼어요!!

우리가 매끄럽고 납작해서 쓸데가 있데요."

"무슨 소리야, 천천히 말해봐"

"엄마 우리 보고 이렇게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받쳐 달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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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세상에,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장한 내 토끼들, 엄마는 너희들이 이렇게 멋진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엄마 토끼가 아기 토끼들을 얼싸 안았습니다.

"엄마 우리를 잘 길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야, 내 토끼 납작하다고 놀린 놈들 이리 나와!! 하하하 와하하하"

힘껏 웃는 엄마 토끼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늘 붙어 있던 엄마의 두 귀가 저절로 쫑긋 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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