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터진 물건 57 궁금아리 16
올해는 더워도 더워도 너무 하는 것 아냐?
매미가 아침부터 약 올리는 소리 들려?
뭘 약을 올린다고 그래 다 자기 살려고 그러는 거지. (쳇 성인군자 나셨네)
털로 가득한 내 몸은 쪄 죽을 것아. 헥헥 벌써 땀이 한 바가지야. (이렇게 더운데 뭐라도 좀 해보라고)
괜히 열내면 더 더우나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날개 들고 털지 말라고-- 냄새나 )
아침부터 해가 이렇게나 쨍쨍라니 (어유 저 멍 때리고 있는 꼴 하고는 )
물가에 가서 시원하게 수영이나 좀 하면 어떨까? (가자고 해라 - 제발 )
그냥 집에 있는 게 최고야. ( 왜 나가서 돈 쓰고 생고생을 해 )
그래, 쪄쭉던 말던 집구석에 처박혀서 있자!!! (기대한 내가 바보지.)
날씨는 왜 더워서 엄마 아빠를 다투게 하지?
나가버리는 게 맘 편할 것 같네 - 호다닭!
밖에는 정말 더 덥다. 휴우-- 삐질삐질.
어? 이게 뭐지? 아, 해님이닷!!
그래, 날씨가 그렇게 더운 까닭이 이거 였구나.
해가 두 개나 있으니까 덥지.
내가 이 해님을 없애버리면 안 더울 거고, 엄마 아빠도 안 싸울 거고 -- 아싸!!
일단 해님을 살펴봐야겠어.
어? 해님에게 다리가 있었나?
뚱뚱한 다리를 숨기고 살았나 봐. 이리로 뜨거운게 올라오나?
아니 이건 배꼽이잖아. 하하하 해님도 배꼽이 있네 ㅋㅋ
해님이라서 황금 배꼽을 가졌구나 멋지다.
배꼽은 완전 중요한 건데 왜 내 놓고 있지?
해님도 별 수 없이 덥구나.
혹시 배꼽을 공격하면 해님을 없앨 수 있을지도 몰라.
엇차 엇차 - 올라가는 게 쉽지 않네?
해님의 얼굴이다.
와- 동그랗고 노란데 나처럼 귀여운 속 날개가 있어.
저걸로 햇빛을 마구 쏟아내나 봐.
더 올라가 보면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런데 해님이 이상하게 뜨겁지가 않네?
해님도 너무 더워서 쉬는 구나.
여보 우리가 다투니까 아리가 집을 나갔어요. 찾으러 갑시다.
덥다고 큰 소리 낸 건 당신이니까 --- 혼자 갔다 오면 안 될까? (눈치눈치)
이 더운 날? 나 혼자? 당신 제정신이 아니구나?
아 아,,아니, 그게, 내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해까닭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됐나 봐. 농담해 봤어.(휴우. 큰일 날 뻔)
농담은 무슨, 속 마음이 저절로 나온 거겠지.
( 움찔. 어떻게 알았지? )
아니야 정말 농담이야, 연약한 당신을 혼자 보낼 수 없지. (자나 깨나 말조심)
뭐, 내가 좀 연약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당신은 아빠잖아.
응? 으으 그ㅡ그렇지. (급 쭈글)
어깨 펴고 걸어요. (아리야 미안)
여보 저게 뭘까요?
음 --아마 해바라기 꽃 같은데?
날이 더워서 잎은 다 떨어졌나 봐요?
해바라기가 줄기가 저렇게 굵었나요? 요즘 계량 해바라기인가?
엄마 아빠 !
아리에요!! 어디 어디?
소리는 들리는데 애가 어디 있는 거야?
나,여기-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보이질 않는데-
정말 안보여? 나 여기 해님 위에-
하, 색깔이 완전 똑같아서 안 불렀음 못 보고 지나갈 뻔 했다야.
엄마 아빠, 내가 날씨가 더운 까닭을 알아냈어.
그건 이 해님 때문이야.
아리야, 더위를 먹은거야? 왜 자꾸 헛소리를 해?
이건 해님이 아니라 해바라기야.
더 올라가지마 위험해!
위에 가면 해님을 없앨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 해님을 없애면 안 더울 거야.
야야. 아이구 아리야 내려보지 말고 거기 기다려 !!
가만 있어!! 꼼짝 말고!
여보 뭐 하고 있어 올라가서 아리 데려와요.
아빠 닭이 힘껏 푸다닭 날아서 앉으면서 하필 해님의 배꼽에 부리가 딱 부딪혔어.
갑자기
웨잉우위이이잉 이이잉-- 이이잉 ——
아리 살려!! 으악!!
아구머니나 이게 뭐야, 아리야, 아리야!!
아빠도 엄마도 아리가 날아다니는 걸 보고 기절!!
여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빨리 일어나 배꼽을 다시 눌러욧!!!
푸다닭!! 푸다닭!! 헥헥-
아빠가 다시 배꼽을 누르자 바람이 멈추었어.
정신 없이 날아다니던 아리는 하필이면 해님 위에 떨어져 깨꼬닭!!
여보 빨리 올라가욧!! - 애가 저 위에 떨어졌어요!!
이게 무슨 일이야?
헥헥!! 아이고 아리야, 괜찮니? 안 다쳤어?
엄마.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붕붕 날아다니니까 엄청 시원하고 재미있었어.
재미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얼마나 놀랐는데!!
엄마, 아빠 이건 해님이 아니라 바람님이었어.
바람 부는 열쇠는 배꼽. 맞지!!
해님도 너무 더워서 해까닭 했나 봐. 해님이 왜 바람을 불어?
어쨌든 이야—-, 이거 진짜 바람이 기가 막히네.
그런데 높아서 바람이 너무 멀리가버려.
잠깐만 아빠, 나 좋은 생각이 났어.
서 있는 바람님을 눕히면 키가 작아지잖아.
그렇긴 한데 이 무거운 바람님을 어떻게 눕혀?
눕힐 방법이 없잖아.
흠……그건, 엄마가 무거우니까 (미안) 나랑 위에서 끝까지 이쪽으로 내려가고 아빠가 반대쪽에서 기둥을 힘껏 미는 거야.
될 수 있을까?
일단 한번 해보자. 힘을 합치면 될지도.
아리야 엄마 손 꼭 잡아. 기둥이 넘어질 때 같이 날아서 뛰어내려야 해!!
여보, 우리가 조금씩 천천히 끝으로 걸어 갈게.
한발 한 발 어어어-- 어어 어
여보!! 우리는 이제 곧 떨어질 것 같아---
지금이야!! 지금 더 힘껏 밀어!!
넘어간다 넘어간다 아아아아-- 악!!
아리야 날앗!! 푸다닭!
꽈당당 !!
우와, 바람님이 누웠어!! 성공이야!!
엄마 아빠 어서 일어나봐요!!
있는 힘을 다 짜내서 밀었더니 헥-
기운이 다 빠졌어. 헥헥 -
여보 수고했어요. 아빠 잘 했어요!
엄마랑 아리도 잘했어!
하하하 우리가 해냈어!!
바람님도 누워서 아주 편한가 봐 웃고 있어.
아리네 가족은 신기한 바람님 위로 올라가 신나게 돌아다녔어요.
이제 배꼽도 가까워졌어.
아리가 뛰어 올라도 될 높이야.
이렇게 바람님 위로 올라와서 언제든지. 놀수도 있어.
야. 드디어 바람님이 시원한 바람을 줄시간!!
자,다들 바람님 앞에 서자.
힘센 아빠가 배꼽을 눌러 줘요!
아리야, 너그 아빠 멋있다! 그치? (역시 내 남편)
위이이잉 --- 이잉잉 —
우왁!! 바람이 마구 쏟아져 나와!!
아우- 시원해! 천국이 따로 없닭!!
날개를 펴서 털 사이로 바람이 들어가게 해봐!
입 벌리고 삐야아아아아와와아아아 ㅡ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히
그봐 엄마 아빠. 내 말이 맞지. 해님을 없애니까 안 덥잖아.
해님이 아니고 바람님이었어.
아아, 뭐야 어쨌든 -- 그게 그거지.
더운건 해까닭 시원한건 바람까닭.
그래 그래, 우리 아리 덕분에 바람님 모시고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어.
바람님 감사합니다. 아이고 정신 없어. 해까닭!